Y의 비극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서계인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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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로어만으로 입항하던 라비니아D호의 선원들이 바다 위를 떠다니던 한 남자의 시체를 발견한다. 훼손 상태를 감안하면 몇 주 동안이나 방치된 상태로 표류했던 것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지난 성탄절 이전에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요크 해터라는 화학자로 밝혀진다. 자살로 판명되었지만 문제는 죽은 남자의 남은 가족들이다. 미치광이 해터가로 세상에 악명을 떨치고 있는 이 후안무치한 가족들은 악명 높고 괴팍했으며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일삼는 문제적 인물들이었다 

 

가장인 요크 해터는 특히 아내인 에밀리 해터 부인의 전제적이며 광폭한 폭압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런데 에밀리 해터 부인이 전 남편 사이에 낳은 딸 루이자 캠피언을 누군가 독살하려는 시도가 발견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게 되고 섬 경감은 이들 가족들을 용의자로 의심한다. 집안 식구들이라면 누구나 루이자에 대한 살인동기를 가지고 있었을 터, 섬 경감은 은퇴한 노배우 드루리 레인에게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하여 도움을 요청한다.

 

그런데 또 다른 살인사건이 이 집안에 발생했다. 루이자를 범인의 범행목표로 추측했건만 어찌된 일인지 고약한 에밀리 해터 부인이 실제로 살해당한다. 드루리 레인은 목격자인 루이자의 오감 중 시각을 제외한 후각과 촉각 등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추리의 천라지망을 펼치는데 그 발상이 실로 대단하다. 수학적 사고를 논리의 축에 둔 채 그가 머릿속에서 짜 나가는 전개는 자신 또한 귀가 들리지 않는 신체적 한계를 넘어선 신중함으로 촉발시켜 명쾌한 관찰과 분석으로 강화시킴으로서 드라마틱한 결말을 완성시켜냈다전신마비인 링컨 라임처럼 정상인들도 해내지 못하는 추리의 완성을.

 

산 자가 죽은 자를 움직인 사건은 냉정한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범인의 미숙한 자질과 착각 때문에 당초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한 것은 합리성에 의구심을 심으려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그것조차 간파해낸 드루리 레인이 범인의 정체를 시차를 두고 밝혀낼 수 없었던 이유는 놀랍게도 범인의 정체에 관한 의외성에 있다. 지금까지 추리소설을 수도 없이 읽어왔지만 이토록 충격적인 반전은 볼 수 없었다. 그가 범인이라니.... 마치 감옥이나 정신병동에 갇힌 죄수나 환자같이 광기에 짓눌려 저항과 변화를 포기한채 순응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미치광이 해터가의 유전적 환경이 만들어낸 악이라는 본성 앞에서 드루리 레인이 대처방안을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이해된다.

 

예상치 못한 범행동기와 트릭, 결말, 범인의 정체 등은 사회에 책임을 묻고 집행을 맡기기에는 너무나 잔혹한 운명이었고 드루리 레인으로써도 알고서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은 인간적인 차원에서 안쓰러웠던 셈이다. 앞서 범인을 암시한 대목이 있었는데 설마 하고 넘겨 버렸던 방심을 비웃듯 예리하게 입증시켰기에 당황스럽기도 했고 범인에 대한 뒤늦은 처리를 두고 한동안 이해를 못해 어리둥절하다가 다른 서평들을 읽고서야 무릎을 탁 치게 되니 감탄에 또 감탄.

그런 거 였어 하며.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 속에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뭔지 모를 몽롱한 기분이 들면서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스토리가 뒤죽박죽인 황홀한 꿈을 꾸었던 것도 같다. 간만에 단 잠을 그렇게 잤다. 세계 3대 추리소설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고 나니 이런 포만감이 들 줄이야. 나머지 두 작품과 최소한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머리 한 뼘이 더 크다고 느껴지는 이 작품은 정밀함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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