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전문의 - 상 밀리언셀러 클럽 122
라슈 케플레르 지음, 이유진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노르웨이 설원에서 눈사람을 만들어 놀다가 옆 동네 스웨덴으로 자리를 옮겨 북유럽 투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스릴러는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이후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데 이번에 읽은 책은 라슈 케플레르의 <최면전문의>라는 스릴러입니다. 2011 <월스트리트 저널> 선정 10대 미스터리 소설, 2011 <타임> 선정 10대 소설이라는 화려한 위용을 자랑하면서 모국인 스웨덴에서 라세 할스트룀 감독이 영화로 제작 중이라고 하는군요. 

 

어느 겨울날에 스웨덴의 한 일가족이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참극이 발생합니다. 유일한 생존자인 아들 유세프는 쇼크 상태에 빠져 있는데다 범인이 아직 생존해 있는유세프의 누나를 찾아갈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스웨덴 국립 범죄 수사국의 유나 린나 경감은 소년으로부터 범인에 대한 단서를 포착하고자 증언을 청취하기 위한 시도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과거 불미스런 일로 최면을 중단했던 정신과 전문의 에릭 마리아 바르크를 불러 소년에게 최면을 걸어줄 것을 요청하지만 그는 더 이상 최면을 거는 것에 주저합니다. 결국 유나 경감의 설득으로 유세프에게 최면을 걸게 됩니다. 하지만 유세프가 최면 도중 자신이 가족을 모두 살해했다는 진술을 한 후에 병원을 탈출하고 누군가에게 에릭의 아들 베냐민이 납치당하면서 수사는 일대 혼란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최면전문의>는 연상과 명상이 결합된, 변화된 의식 상태를 가리킬 따름이라는 에릭의 최면에 대한 정의처럼 읽는 이로 하여금 계속해서 마법주문을 연상시키는 최면 유도로 사건 속으로 들어가 구경하게 하는 독특한 구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간 스릴러에서 부분적으로 도입되었던 최면 기법을 전면에 내세워 납치된 아들을 찾고자 하는 에릭 부부의 필사적인 수색을 통해서 드러난 추악한 진실로 한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것이죠.

 

과거는 결코 죽지 않았고, 심지어 아직 나타나지도 않았다는 인용구처럼 사건해결의 열쇠는 에릭이 10년 전에 겪었던 과거의 기억들이 쥐게 됩니다. 그 와중에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고민과 원하는 바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덮어버리려는 점에 대해 반발하게 되고, 무절제한 사생활로 빚어진 갈등으로 서로에게 등을 돌려버리는 부부의 모습에서 한 가정에 불어 닥친 붕괴와 파탄을 불안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가정의 화합에는 아이가 중심이며, 갈등을 봉합하는 실과 바늘도 아이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현재와 과거의 기억들을 넘나들며 납치극을 해결해나가는 전개과정이 북유럽의 서늘한 냉기처럼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유세프가 일가족 살인의 범인임이 일찍 밝혀지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선회되면 스피디하게 전개되던 이야기는 분권이라는 암초에 걸려 좌초해버립니다.

 

스토리의 전개에 불필요한 사족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사건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씀드린 에릭의 10년 전 과거 속의 특정한 기억과 맞물려 있습니다. 상권 막판에 수면 위로 끄집어 낸 실마리를 하권의 시작부터 다시 반복하는 우를 범하면서 의도했던 취지와는 달리 지루함의 극치를 시전 합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사건 전개나 해결과는 아무 상관없이 맥거핀적인 요소를 삽입하여 불필요하게 페이지를 낭비해버리기도 하네요.

 

그리고 무의미한 대화들, 예를 든다면,

 

“...내가 맞아요.”

경감님을 믿어요, 경감님은 언제나 맞아요. 그렇지 않나요?”

그렇죠, 난 그래요.

 

이런 식의 대화가 소설 전반에 걸쳐 퍼져있는데 무슨 소리가 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갈팡질팡합니다. 아무래도 스케일 측면이나 스토리의 전개 상 단권짜리면 충분한 분량을 이 부부 작가의 과욕이 두 배로 불려놓게 한 것 같습니다. 분권의 폐단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가 아닐 수 없네요. 그것도 출판사의 판단미스가 아니라 작가에게 책임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말이죠. 카첸바크의 <저스트 커즈>가 분권으로 출간된다고 하는데 부디 충실한 내용으로 이 같은 과오가 되풀이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눈사람이 불러온 북유럽 스릴러의 열기가 이 소설로 인하여 식지않기도 바랄 뿐이구요, 새삼 요 네스뵈가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순간입니다.

 

분권의 압박! 산으로 가는 스토리, 그리고 퉁퉁 불은 면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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