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플랜

심플 플랜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스콧 스미스의 <심플 플랜>은 한 겨울 눈밭에 추락한 비행기에서 발견된 480만 달러를 세 남자가 우연히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주인공과 그의 형, 형의 친구 이 세 사람은 간단히 해결될 문제일 것으로 생각했지요. 경찰에 돈의 행방을 신고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다가 찾는 사람이 없다면 6개월 후 3등분하여 각자 나눠 갖기로 하죠.

<심플 플랜>은 엽기적인 연쇄살인마를 뒤쫓는 전형적인 범죄스릴러물은 아닙니다. 마치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치는 양치기 소년이 진짜 늑대가 나타나 겪게되는 황당한 시추에이션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장의 위기상황을 모면하기 위하여 시작된 사소한 거짓말에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일관하다가 사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부조리극으로 파행을 맞게되는 전개를 택하고 있습니다.

제목그대로 단순한 계획은 돈에 대한 탐욕과 집착으로 이성이 마비되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산산조각 나면서 꼬리가 밟힐 것이라는 두려움이 싹트기 사작하면서 작은 구멍에서 시작된 누수현상이 둑을 무너뜨리게 할 정도로 급속도로 불신이 확대됩니다. 더욱이소설 속의 등장인물들 모두 사이코패스같은 존재가 아니라 평범한 소시민들이기에 팽팽한 긴장감은 더욱 현실감이 있습니다.

그렇게 사건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모르는 상황에서 인물들의 불안한 심리게임이 치밀하게 묘사되고 있고 그에 수반되는 액션 또한 즐거움을 주는 대신 안타깝고도 우스꽝스러운 블랙코미디 같기도 합니다. 나라면 '이럴 때 어쩔래'라고 스스로 묻게되네요. 실제라면 일확천금을 앞에 두고 젊잖게 처신못하겠지요. 먼저 고지를 선점하고 싶은 우리들은 모두 이미 돈의 노예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계속되는 서로간의 살육전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어 돈보따리를 쟁취하기 위한 서바이벌 게임은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며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관차처럼 정신없이 폭주합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되면서 인간본성에 대한 성찰을 바라보게 하는데, 이 소설의 배경인 설원처럼 세상 모든 죄악과 탐욕은 새하얀 눈속에 파묻혀 쓸려버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