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죽길, 바라다 소담 한국 현대 소설 4
정수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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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불꽃같지만 짧은 인생....

무미건조하지만 긴 인생....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아니, 어느 쪽이 덜 불행할까? 

 

마치 <이휘재의 TV 인생극장>의 한 장면같은 선택의 기로에 선 두 여자가 여기 있다.

한사람은 과거 자신을 성폭행하려했던 범인들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아름답고 잘 나가는 대형로펌의 여변호사 이민아. 그녀는 대한민국의 0.1%에 속하는 엘리트!

그녀와 반대로 뮤지컬 오디션 낙방으로 삶의 끈을 놓아버린 채 죽고 싶은 배우지망생 윤재희. 그녀는 대한민국의 99.9%에 속하는 하류인생!

 

이렇게 동화 속 <왕자와 거지>같은 신분을 사는 두 여자에게 예기치 못한 사고가 벌어지면서 하루 아침에 육체 하나를 공유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 각자 정반대의 삶을 살아야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가진 자의 오만과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인간의 탐욕스러운 본능의 충돌을 다루면서 로맨스와 판타지에 미스터리와 스릴러까지 결합한 소설 한 편이 여기 있다. 이름하여 <그녀가 죽길, 바라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 거대한 서사였다면 정수현 작가의 <그녀가 죽길 바라다>는 매끈한 팬시상품 같은 소설이라고 할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은 "빙의" 즉,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윤재희의 영혼이 이민아의 육체를 공유하게 되지만 감정 변화에 따라 수시로 이민아와 윤재희의 인격이 번갈아 나타나면서, 복수를 꿈꾸는 이민아의 일상과 이민아의 미모와 재력, 능력을 빌려 생전에 못 이루었던 뮤지컬 배우 오디션에 응모하고자 하는 윤재희의 일상을 지켜보며 독자들로 하여금 그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지 호기심과 더불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이민아와 윤재희 모두 현재의 신분과는 관계없이 모두 끔찍했던 과거와 불행한 현재를 각각 살았고, 살고 있기에 동정과 연민 속에 진행되던 이야기는 이민아가 계획했던 복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뼈아픈 과거에 거대한 비밀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윤재희는 사랑하는 남자와 성공적인 삶을 차지하기 위해 그녀가 죽길 바라면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미궁에 빠져들게 된다.

 

이민아의 과거에 얽힌 비밀이 가져온 파국은 읽고 나면 증오, 복수, 원망 같은 감정들로 인하여 "표현되지 않은 사랑"과 "사랑이 결여된 행동" 이 불러올 수 있는 비극을 얘기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지극히 공감될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모든 것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뒤에 뇌사에서 회복된 윤재희에 대하여 논리의 모순을 지적하려던 나를 일순 머쓱하게 만드는 괜찮은 반전이었다. 또한, 이 소설은 전반적으로 필요 이상의 통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패턴도 있어 조금 거부감도 남을 수도 있지만 TV 드라마를 한권의 책으로 읽은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정수현 작가는 MBC <논스톱5>의 작가로 입문하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작가로 활동했다는데 드라마로 제작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제 서두에서 던진 질문에 대하여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답은 각자가 다르겠지만 윤재희는 이에 걸 맞는 현답을 때마침 내놓는데 그것은 바로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단 나한테 알려주진 말고요". 빙고!! 정답입니다. 아니 모범답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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