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7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7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린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할 뿐이야" 보슈가 조용히 말했다. "선택의 여지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지. 잘못된 일들이 벌어지는 걸 뻔히 알고 있는데도, 왠지 그것들이 옳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 본문 중에서 -

 

 

2011년 마지막 독서는 마이클 코넬리의 <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이었다. 비교적 여유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상황이 연말 업무피크를 맞아 진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시간은 3121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미 소개된 바와 같이 테리 매케일럽과 해리 보슈, 게다가 잭 매커보이를 한번에 만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는데, 덤으로 그동안 관심 밖이었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대표작 <세속적인 기쁨의 정원>도 같이 찾아보게 된다.

 

왼쪽을 낙원을, 중간에는 지상의 쾌락을, 오른쪽에는 각종 징벌을 다룬 지옥을 묘사하고 있는 이 그림은 보슈를 덫으로 몰아넣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이용된다. 이 그림을 통하여 세상은 심판하지 않으면 죄악과 폭력이 난무하는 무섭고 추악한 곳임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 이는 곧 마지막 반전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코넬리의 전작들인 <콘크리트 블론드>, <라스트 코요테>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연쇄살인마 인형사에 대한 과잉대응으로 유족으로부터 고소당해 법정소송에 휘말리면서, 무고한 사람을 죽인 것으로 의심받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유명 영화감독 관련 살인사건 공판에 정신없는 보슈가 본인도 모르게 또 다른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버린 상황과 여러모로 닮아있다.

 

정말 중요한 연관성을 보이는 것은 <라스트 코요테>이다. <라스트 코요테>의 시작은 하비 파운즈 과장에게 폭력을 휘두른 보슈가 정직당해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으로 출발하는데, 당시에는 보슈의 불같은 성격이 빚어낸 결과로 무심히 넘겨버렸던 상황이 이번 데이비드 건 살인사건과 연계됨으로서 다시 불씨를 살려낸 점이 절묘하다는 생각이다.

 

더군다나 하비 파운즈 과장으로 신분을 속여 행세하던 보슈의 잘못으로 그가 억울한 오해를 받아 대신 살해당한 뼈아픈 과오가 독자로서 상당히 찜찜했었는데, 다시 은연중에 살며시 돌출된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이 기대하는 테리와 보슈의 가공할 팀플레이는 정황에 의거 보슈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테리의 수사방향으로 인해 범인과의 조우에서만 이루어질 뿐, 오히려 이들은 서로 대척점에 서 있다.

 

이 점이 <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의 서스펜스를 최고치로 고조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의 테리 매케일럽과 ()의 해리 보슈는 모든 면에서 서로의 가치관이 불협화음을 보이면서 파국의 갈림길로 돌아서는데, 보슈의 열성 팬들로 인해 테리가 욕을 먹는 이유이기도 하다.

 

본인도 보슈의 열렬한 팬이지만 이번만큼은 테리의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해선 안 된다는 것때문이다.

 

뭐가 다르냐고?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자넨 이미 완전히 타락한 거야,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테리가 보슈를 강력 비난하는 이 말을 통해 보슈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고 우정대신 결별을 택한 두 사람의 관계에서 씁쓸한 뒷맛이 느껴진다.

 

그러므로 어둠보다 더 짙은 어둠(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이 의미하는 바는 <세속적인 기쁨의 정원>의 지옥도와 함께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을 하고 있는 보슈의 위험천만한 처신을 뜻하기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마지막 정리를 하고자 한다. <콘크리트 블론드><라스트 코요테>, <앤젤스 플라이트>도 정말 뛰어났지만 이번 작품 <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은 여러모로 논란과 여운, 압도적인 스릴을 강력하게 보여주면서 2011년에 국내 출간된 마이클 코넬리 작품 중 최고작으로 주저 없이 꼽고 싶다. 전체를 통틀어 아마 <하트의 전쟁> 다음가는 2011년 최고의 스릴러일 것이다.

 

2011년은 코넬리의 작품들로 스릴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고, 2012년도 크라임 스릴러의 마스터로 당당히 우뚝 설 것임을 믿는다.

 

마이클 코넬리의 <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 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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