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2011년도 어느덧 쏜살같이 저물어간다. 별로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내지도 못한 것 같은데 구렁이 담 넘어가 듯이 달력을 달랑 한 장만 남겨 놓았다. ! 쓸쓸한 지고!!

 

지난 번 올 한해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책들 중 1탄으로 No.2 <노보우의 성>에 대한 감상평을 썼었는데, 이번에는 No.3 <가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에 대한 감상을 글로 옮겨 보고자 한다.

 

내 블로그 제목이기도 한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는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시마다 소지의 작품인데, 언뜻 일개 부랑자 노인의 정신착란에 의한 살인으로만 보여졌던 작은 사건의 동기에 중요한 사회현상이 숨겨져 있음을 환기시키는 플롯 자체는 정말 대단 했다.

단순히 추리를 위한 트릭과 반전에 대한 지적 호기심 충족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문제의식을 덧씌움으로서 독자들의 가슴까지 뒤흔들 수 있는 능력은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의 또 다른 힘이다.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 하면 선구적 작품으로 마쓰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을 보통 언급(솔직히 안 읽어봤다. 읽을 일은 없을 것 같다.) 하면서도 시마다 소지도 빠지지 않으니 유명세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훗카이도 내에서 운행하는 설국 열차 내에서 모든 승객들이 잠에 취한 가운데, 정체불명의 피에로가 춤추며 등장했다가 곧 사라져버리고 화장실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처음에 화장실에서 발견된 시신이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을 때 황당하게도 증발해 버리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져버리는데... 그리고 앞서 말한 노인의 상인 살인사건이 몇십년 흐른 후에 일어난다.

 

과거에 미해결된 살인사건과 현재의 살인사건이 절묘하게 연결되면서 요시키 형사의 끈질긴 수사가 마침내 빛을 발하는 순간, 우선 그의 노고를 칭찬했고, 거대하면서도 환상적이고 치밀한 트릭에 또 한 번 노인을 칭찬했으며, 마지막으로 재일 조선인 출신인 부랑자 노인의 고난한 삶을 빌어 일제가 우리 민족에게 저질렀던 만행에 대한 진정한 반성에 이르면 가슴이 저릿했다.

 

 

그렇다. 역사왜곡에 앞장서 온 우익의 시점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통렬한 반성과 자기비판은 지금껏 어는 일본소설에서도 만날 수 없었기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일본에 아직 양심의 불꽃은 남아있다는 걸 절절히 깨닫게 해 준 시대의 아이콘! 시마다 소지의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는 하늘을 움직였다.

 

아! 그 기발함이란... 진정 올 해 최고의 수확 중 하나이다절대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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