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걸작선
에드 맥베인 외 지음, 린다 랜드리건 엮음, 홍한별 옮김 / 강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여기 범죄와 서스펜스의 50년, 미스터리의 역사를 한권으로 집약한 종합 선물세트가 있다.

 

<앨프리드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AHMM)>이라고 불리는 이 잡지는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과 함께 미국 추리문학 잡지의 양대 산맥이라고 한다.

 

이 잡지에서 창간 50주년을 맞아 팬들의 투표로 선정한 대표작 32편(?)을 통해 미스터리의 진수를 맘껏 즐길 수 있도록 세팅한 걸작선을 내놓았는데, 면면을 살펴보니 이름을 들어 본 작가는 도널드 E.웨스트레이크랑 로렌스 블록 정도 밖에 없었는데(그것도 최근에야 알게 된...) 그랜드 마스터가 수두룩할 정도로 수록된 작가들이 화려한 전적들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구성이 한편의 장편소설이 아니라 여러 편의 단편들로 제각각 개성을 자랑하다보니 페이지가 738쪽에, 읽는 템포랄까, 리듬이랄까, 일정치 않은 진도에 책을 손에 넣고도 완독하는데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렸다.

 

이 다양한 미스터리 단편들 중에는 읽으면 흥미진진한 것도 있고, 그냥 슥 지나가는데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않는 것, 머 이게 다인가? 하는 것 등 차별화된 느낌이 각자 다르다. 하지만 편차가 일정하기 때문에 책을 다 읽고 나면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

 

단편들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우선, 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는 잭 리치의 <여덟번째>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연쇄 살인마랑 자신이 인상착의가 닮아서 사람들에게 주는 두려움을 만끽하던 소년이 정작 진짜 공포는 자신 바로 옆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결말로 수록작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그 밖에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두 편 정도 추가로 들자면 자신을 진범이라고 주장하는 미친 노인네의 입을 막아 판결에 정당성을 부여받으려는 검사의 갈등을 다룬 헨리 슬레셔의 <사형 집행일>을 들 수 있는데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농락당한 한 검사의 행동이 가져온 참극이 실소를 불러일으킨다.

 

또 한편은 로렌스 블록의 <쇼핑백을 든 아줌마>를 들 수 있겠다. 탐정 스커더가 살해된 한 노숙자 아줌마로부터 뜬금없이 유산 일부를 물려받게 되자, 그냥 수혜받기가 꺼림칙해서 살인범을 찾아나서는 이야기이다. 전작 범인을 잡고 나니 범행 동기는 평범하였는데 유산이 죽음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 어쩌면 우리는 아무도 섬이 아닌지도 모르고, 누구나 다 섬인지도 모른다는 문구처럼 모두의 관심이 해결한 살인사건에서 인생의 아이러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우수한 단편들이 어처구니없는 죽음, 사람이 죽었는데도 오히려 반기는 마을 사람 등 시대와 국적, 인종을 초월한 소재, 유쾌한 웃음, 따스한 감동 등으로 감정의 울타리를 넘나든다.

 

이렇듯 이 걸작선은 50여년의 긴 세월 속에서 걸러진 미스터리의 진수만을 담고 있기 때문에 야심한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자극적인 스릴러 대신 이 책을 읽으며 미스터리의 쏠쏠한 재미에 살포시 빠져드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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