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권혁준 옮김 / 해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독일 최고의 범죄 심리학자 이라 자민은 첫딸 사라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삶의 의욕을 잃고 마침내 자살을 준비한다. 한편 유능한 정신과 의사인 얀은 새로 구입한 아파트에서 사랑하는 약혼녀 레오니와 저녁식사를 하며 프러포즈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시간을 기다리던 중 레오니로부터 영문을 알 수 없는 내용의 전화를 받던 중 방문한 경찰로부터 그녀가 자동차 폭발사고로 죽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분명 그녀로부터 전화까지 받았던 얀은 죽음에 대한 의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그녀의 생사를 확인하고자 베를린의 라디오방송국에 청취자로 위장하여 방송국 직원들과 다른 청취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채 인질극을 벌이며 하나의 게임을 제시한다.

 게임의 방식은 라디오 생방송 중 얀이 무작위로 청취자에게 전화를 걸면, 전화 받은 청취자는 얀이 인질석방의 조건으로 내세운 약속된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이를 이행치 못하면 일정한 시간별로 인질들을 한명씩 사살한다는 협박이었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줄 모른 채, 이라는 자살준비를 하던 중 영문도 모르고 동료에게 붙잡혀 인질 석방협상에 투입되는데 과연 이라는 인질범 얀을 설득하여 인질들을 무사히 구출할 수 있을 것인가?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는 <테라피> 이후 2번째로 읽은 그의 소설이다. 모국인 독일에서 영화판권이 팔렸다고 하는데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만큼 재밌다. 전작보다 더 대중적이고 쉽게 읽어지는 게 예상보단 빨리 완독할 수 있었다. 인질극 또한 제프리 디버의 <소녀의 무덤> 이후 2번째인데 디버의 열혈 팬이 나로서도 이 소설이 더 맘에 든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인질극은 보통 인질범이 인질을 잡아놓고 정치적인 또는 금전적인 급부를 요구하기 마련인데 소설의 인질범 얀은 행불된 약혼녀를 찾아서 자신에게 대령하라는 것이어서 세속적인 잇속을 챙기려는 꿍꿍이도 아니고 미션이 실패되어도 인질사살이라는 비극적인 실행으로 옮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자신과 협상시도를 하는 이라와 함께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더듬어주는 독특한 형식을 보이면서 결국에는 둘 다 자신의 문제에서 구원받기까지 한다. 또한 인질극에서 벌어지는 대치상황에선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한 기발함이 엿보였다. 예를 들면 얀이 레오니를 만나기 위해 이라의 몸과 자신의 몸을 청테이프로 감아 한 몸이 됨으로서 저격수들의 총탄에 대한 방패막이로 쓰는 아이디어는 신선했다.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기다리면서 앞서도 말했듯이 구원받고 자활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할 것은 <테리파>와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은 정신분석과 심리게임 측면에서 소재를 다루면서 가족 간의 갈등, 불화, 화합 등을 혼합하는 것을 즐긴다는 것은 근간으로 소개될 <그 아이(Das Kind)>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승부는 1승 1패!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후속작으로 우열을 판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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