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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꿈꿀 권리
한동일 지음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모든 것은 꿈에서 시작한다. 꿈 없이 가능한 일은 없다.
먼저 꿈을 가져라.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 앙드레 말로 -
요즘 젊은이들은 그 나이대의 자신과 비교했을 때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월등히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데 왜 꿈꿀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느냐는 한탄을 덧붙여서 꿈을 찾고 목표를 세워야한다고 역설하는데 곰곰이 되짚어 보니 내게는 꿈이 있었던가 라는 자문에 금세 우물쭈물하고 있는 나. 하긴 꿈의 설계가 먼저 성립되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훌륭한 설계도만 가지고 완성된 건축물을 볼 수 없듯이 물음을 통해 답을 구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과정이 있어야만 가능하겠다. 그러기에 앞서 지레 겁을 먹고 실패에 좌절하고 결국은 자포자기하는 부끄러움만이 남았을 뿐이다. 그리고 작은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 책을 만난다.
한동일씨는 바티칸의 대법원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이다. 최초의 한국인이자 두 번째 아시아인이며, 7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로타 로마나의 930번째 변호사라고 한다. 최초가 어쩌고하는 부분에서 엄지손가락을 잠시 치켜세울 수 있겠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로타 로마나라는 곳은 여전히 생소하기에 낯설음에서 책의 여정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가 되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이해할 수가 없기에 말이다. 그렇다면 그 곳은 어떤 곳인가? 교황이 상소를 받기 위해 로마에 설치한 상설 법원으로 전 세계 천주교회의 민형사상 소송을 맡아 처리한다고 하는데 각국의 대법원에 진행되는 소송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면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가 되는 과정은 얼마나 까다롭고 복잡한 것일까? 변호사가 되기 위해 사법연수원에서 기본적으로 판례나 심리학을 공부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을 라틴어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영어공부도 만만치 않은데 세계적으로 공용되지 않는 언어, 즉 사어에 가까운 라틴어를 오직 로타 로마나에서만 교회언어의 수호차원에서 사용한다고 하니 이 얼마나 어려운 배움인가! 라틴어가 그만큼 배우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간혹 들어봤는데 영어삼매경에 빠진 우리들에게 정말 난해하고 생소한 언어영역임에는 틀림없다.
저자도 오히려 영어공부가 쉽다고까지 하지 않던가 말이다. 게다가 수적으로 드물었던 동양인, 더군다나 한국인이란 사실은 현지 적응하는 데 있어서 꽤나 힘들었을 테고 인종적 편견 극복은 결과적으로 힘들었을 게다. 일화로 드는 2002년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이 이탈리아를 이긴 경기 결과 때문에 신변의 위협을 느껴야만 했던 경우는 공부도, 한국인으로서의 삶도, 그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았음을 잘 드러내는 사례이다. 그런데 저자는 성공의 비결이 자신의 영특함이 아니라고 말한다. 젊은이들에게 좌절을 딛고 일어설 용기를 전달하려 하는데 자신의 실패담에서 타산지석을 삼으라 한다.
여기에는 꿈의 실현을 위해 불철주야 틈나는 대로 학업에 쏟아 부은 열정이라는 땀이 있는데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처럼 오기와 노력이 똘똘 뭉친 단 하나의 결정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특별한 학업성취기는 없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하나의 미션을 클리어하고 나면 다음 스테이지로 도전하는 벽돌 깨기 식 성공담이다. 대신 그의 어릴 적 찢어지게 가난했던 가정환경 속에서 삐뚤어지지 않도록 올바르게 커나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 힘써주신 부모님과의 일화는 언제 읽어도 찡하다.
특히 경제적으로 가족의 부양에 지렛대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아버지지만 아들에게 밤하늘의 별을 통해 가슴을 펴고 원대한 꿈을 가지도록 가르침을 전하는 대목은 일상의 고단함을 올곧은 자신감으로 바꿔놓는다. 물론 당시에는 몰랐겠지만 말이다. 훗날 아들은 아버지의 대화를 통해 진정한 깨달음을 얻어 위험과 실패를 무릅쓰고 인생이라는 항해에서 선박의 키를 움켜지고 자신이 원하는 항구로 방향을 맞출 줄 아는 진정한 마도로스가 된다.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는 건 망망대해에서 최소한 낙오자가 되지 않도록 나침반 같은 역할을 기대할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진부하지만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아직도 믿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