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카와 전설 살인사건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김현희 옮김 / 검은숲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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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행을 좋아하는 민족답게 무속신앙의 본산 소재지나 각종 전설, 기담 등의 의미가 깃든 곳을 방문하여 참배하는 순례를 트래블 미스터리라는 형식으로 그려내는 방식도 거의 일본인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유산일 것 같다. 113, 누적 판매부수 1억 부, 120회 드라마화! 일본 추리소설의 살아 있는 거장 우치다 야스오의 아사미 미쓰히코시리즈 중 작가 스스로도 가장 정점에 이른 작품으로 일컫는 덴카와 전설 살인사건은 나라 현 요시노 군 내의 작은 촌락 덴카와의 신사와 노가쿠에 얽힌 이야기이다.

 

 

노가쿠는 예의 익살스런 흉내를 기본 소스로 한 가무극을 말하는데 가마쿠라시대 중엽에는 이미 노의 형태를 갖춘 가무극이 공연되고 있었다고 한다. 지붕이 있는 전용무대와 노멘이라는 가면을 사용하며, 각본 ·음악 ·연기 등도 독특한 양식을 사용하였다는 정도로 노가쿠가 소개되고 있는데 드물게나마 TV에서 노가쿠공연을 접할 때가 있었다. 단조음에다 알 수 없는 소리의 연발, 기이한 춤사위, 험상궂은 가면 등이 노가쿠에 대한 단면적 인상일 정도 인데 스모와 더불어 일본인이 아님 이해하기에 난해한 문화예술의 한 형태인 것 같다.

 

 

줄거리는 바로 이 노가쿠무대에서 공연을 시전 하던 배우 미즈카미 가즈타카가 무대 위에서 급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노가쿠의 대가이자 그의 조부인 가즈노리가 실종된다. 또한, 도쿄 신주쿠의 고층 빌딩 앞에서 한 남자가 군중들 속에서 원인불명으로 급사하는 일이 벌어진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사건들은 신주쿠에서 죽은 남자의 손에서 노가쿠의 주요 인사들만이 가진다는 덴카와신사의 부적 '이스즈'가 발견되면서 3건의 죽음이 어떤 고리로 연계되어 있음을 직감하는 남자가 있었으니 그는 아사미 미쓰히코이다. UFO처럼 생긴 이 방울을 노가쿠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이 소지하고 있었다는 게 의혹의 발단인데 노가쿠의 유래를 취재하던 아사미가 사건의 배후를 본격적으로 추적한다.

 

 

서두에서 아사미노가쿠의 한 대사인 사라졌도다.”는 결국 가문의 전통과 명예를 지키고 계승하고자 하는 의도이거나 가문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알력이거나, 가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떡고물을 노린 탐욕이던지... 추리의 향방은 이 중에서 거의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정작 원인과 관점은 다른 곳을 지향하고 있었다. 운명이 필연이 될 수밖에 없는 비극적 동기는 진지하면서 흥미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어서 좋았을 뿐만 아니라, 끝내 꽃망울을 피우지 못한 미나모토노 요시츠네시즈카 고젠사이의 안타까운 결말은 심금을 울리면서 인연과 순리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반면, 꽃미남에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드는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 아사미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과 별개로 서른 셋 나이에 집안에서 주선하려는 혼담이 오가는 전개를 더 적극 추진해나가지 않았음은 살짝 아쉽다. 추리는 추리고, 본격적인 로맨스가 진행되면 상당히 훈훈하고 재밌는 이야기가 되었을 터인데 사건 때문에 될 듯 말 듯 하다 흐지부지 되는 걸 봐선 아직 더 스타일리시한 독신남으로 염문설만 쫙쫙 뿌리고 다니라는 의미인 듯하다. 부러운 녀석. 게다가 아사미의 모친은 아들 녀석이 마냥 철부지 없는 캐릭으로만 인식되나 보다. 혼담처로 얘기되고 있는 집안의 아가씨와 견주어 지나칠 정도로 아들을 지나칠 정도로 헐값 취급해서 마뜩 잖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이쁘다는데 어미라는 사람이 너무 하지 않나?

 

 

그리고 일본에서는 이치카와 곤감독이 이 작품을 영화화했고 하야미 모코미치으로 주연으로 작년 TBS 골든타임 드라마로 방영되었다지. <절대 그이>에서의 꽃미남 이미지라면 하야미아사미역을 맡았다는 건 궁극의 캐스팅일 듯싶은데. 일단 비주얼로는 싱크로율이 만장일치에 육박하니까. “아사미의 이미지는 상상 속에서 그렇게 그려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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