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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송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율리 체 지음, 장수미 옮김 / 민음사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1세기 중반의 어느 미래에는 건강이 최고의
가치이자 법이며 덕목인 시대를 살게 된다.
질병이 퇴치되고 위생과 청결을 위해 불결한 세균들이 있을지 모를 모든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캡슐과 튜브에
든 음식물 섭취 대신 자연에서 채취한 먹거리도 금지다.
면역 체계도 다르면
연애,
결혼까지 금지되다
보니 언뜻 보기에 목가적이고 건강한 사회일지도,
라는 예상은 그렇지
않다는 결론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이것은
건강독재사회이다.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독재자 빅브라더는 선의의 목적으로
사회를 돌보는 보호적 감시를 뜻하며,
부정적 의미로는 정보
독점을 통해 권력자들이 행하는 사회 통제 수단을 말하는데 <어떤 소송>이 그리는 유토피아의 실상은 그와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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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매일 규정대로 운동하고 매달 건강을 진단받는 일이 규범화된
사회,
<어떤
소송>에서 개인적으로 수긍할 만한 일은 오로지
금연뿐이었다.
그치만 생물학 전공자
미아 홀에겐 남동생 모리츠가 한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인했다는 누명을 쓰고 수감 생활을 하다 자살했던 아픔이 있었다.
하나 뿐인 동생을
잃은 슬픔은 컸으니 운동을 통한 건강관리를 소홀했다는 죄목으로 청문회에 소환된다.
자,
뚱보는 죄악이자
폭식은 마약이다.
건강 소송 법규
위반일세.
필수적인 점검을 통한
공공 예방제도가 과연 사람을 위한 “방법”이라고 부른다면,
획일적인 국가 체제
뒤에 숨겨진 진실과 개인적 자유 의지에 대한 억압에 대한 반발은 반체제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그 공공성은 왜 체제에 맞서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인가?
미아가 벌이는 법정 투쟁은 법치국가를 맹신하던 보통국민들처럼 절대적 신뢰가 무너지면서 체제의 모순을
깨닫는 순간 새로운 시각에 눈을 뜨게 된다.
그녀와 대립의 각을
날카롭게 세우는 언론인 크라머는 체제의 대변인이고 변호사 로젠트레터는 개인을 변호하며 선택의 자유를 대변하는 쪽이다.
건강이라는 담보를
기치로 내걸며 “방법”을 공격하는 자들을 반동분자로 보는 획일적인
시스템에 대항하며 힘겨운 싸움을 할 때 낡고 불합리함에 패닉현상을 겪는다.
그렇게 세상이 불합리한
이유는 질병,
불안 때문에 사회
안전 체계가 붕괴될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물리적 조건을 딛고
개인의 존엄을 넘어 탈 관념화하지 못한 채 유용성에 굴복해왔기 때문이다.
병이 날
권리,
즉
“병날권”은 사실적이고 일상적이며 규범적인 것을
정상으로 분류하는 독단적 기준에 대항하여 자의식을 가지고 자신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 하는 자부심과 신뢰감에 출발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나에게 또 타인에게 특정한 생각과 행동을 강요하고 있다.
그것에 대한 답은 책
속에 있다.
삶이란 하나의 제안이고
우리는 그걸 거부할 수도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