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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주의 인물
수잔 최 지음, 박현주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일단
<요주의
인물>은 한국계
작가라는 점이 먼저 눈길을 끈다.
이 점은 나
자신이 평소 꿈꾸어왔던 상상 중의 하나이기도 했는데 허구한 날 비싼 선인세를 해외로 송금하지 말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국내에도 등단하여
역으로 입금 받는 일이 실현되기를 염원했었다.
수잔 최는 그런
면에서 그녀가 한국계란 사실만으로도 50점은 먹고
들어간다.
아버진
한국인,
어머니는
유대인으로 그 자신이 미국시민이지만 동양적 태생이라는 인종적 요인은 떼어낼 수 없었다는 점은 소설의 주인공인 리 교수와
닮아있다.
개별적인 인격
대신 동양인이라는 인종적 집단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 교수가
미국인으로 산 지 어디 한,
두해였던가?
6.25도 겪었던 그는
미국이라는 국가적 정체성을 왜 부여받지 못하는 걸까?
제목인 요주의
인물은 뜻 그대로 주요정보를 알고 있어 주의를 기울여만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 미국
중서부 지역 모 대학 연구실에 배달된 상자가 그를 중심에서 변방으로 내모는 결정적 구실을 만들어 버린다.
별 생각 없이
열어본 상자,
그리고
폭발,
희생자는 리의
동료 교수였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보낸 폭탄인지는 모른다.
그리고 리
교수는 죽은 동료 교수를 솔직히 싫어했음을 인정한다.
이제 이야기는
이민자로서,
소수자로서
미국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그의 회고록으로 진행되기에 폭탄 테러는 소재의 하나일 뿐,
오히려 그의
심리가 폭탄 초침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내면을 치밀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예상과는
어긋나고 있다.
별개로 리
교수가 한국인이라는 단서는 처음엔 제공되지 않다가 뒤로 가면서 알려주는데 그가 피부색 때문에 겪어야할 많은 갈등과 고초를 겪게 되는 원인은 이미
나와 있는 셈이다.
인종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다국적 국가 미국이지만 아직도 찌꺼기처럼 남아있는 불편한 현실이다.
그런 이유로
미국 경찰은 요주의 인물을 용의자로 둔갑시켜 버린다.
리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언론이 1차적으로 포장을
한 후 이웃과 동료들마저 합세하여 그를 용의자로 확정짓고 구성원에서 내쫓는다.
요주의 인물
=
용의자가 되는
순간 그는 추락한다.
솔직히 그에게
미심쩍은 면이 있기는 하다.
그의 거짓이
일정 부분 작용한 것인데 폭탄테러범으로 생각한 사람의 편지를 숨긴 사실은 FBI의 의심을
산다.
자신이 미국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미국인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하면서 누구도 믿지 않고,
의지 않으며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자처했던 게 문제였다.
결혼은 두 번
했지만 모두 실패하였고 딸은 자신과 소통하지 않고있다.
그의 고집은
이제 자신과 결부된 이 사건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만든다.
미스터리의
정석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누가 범인인가를 알아내는 일이 급선무이고 당연한 일이 되겠지만 그것만으로 600여 페이지를
빼곡히 채워나가지 않는다.
오히려
독불장군처럼 홀로 서기를 해왔던 리 교수가 폭탄이 터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된다는 면에 더
할애한다.
지금까지 나는
아무 문제가 없었어,
라고 자평했던
삶에 문제가 있었음을,
실패한
결혼생활을 인정하게 되는 자기반성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었다는 결말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숨
막히는 서스펜스 대신 건조하고 담백한 문체가 특징인 <요주의
인물>은 화려함은
없지만 인생에서 용기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 언제인지를 짚어주기에 묵직한 미스터리물이다.
단지 다이내믹한
요소 없이 지루한 점이 있다는 건 마이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