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의 몸값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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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받고 물심양면 지원받으며 온전한 인격체로 거듭나는 동안 눈앞의 문제들은 부모가 모두 알아서 처리해 줄 것으로 믿는다. 자신들을 양육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 희생이 뒷받침 되는지 그 나이에는 짐작할 일 조차 없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행여나 나쁜 일에 휘말리지나 않게 되는지 노심초사하게 될 것이고 그런 부모들의 마음을 볼모 잡아 아이들을 유괴해서 돈을 요구하는 범죄야말로 인륜을 무참히 짓밟는 범죄일테니 가중 차벌로 강력 단죄해야 한다는 이 책 속의 주장은 일리가 있겠다 

 

유괴된 아이가 내 자식이면 부모는 자식을 되찾기 위해 몸값 지불하 것이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내 자식이 아니라면 선택은 달라진다. 게다가 더글라스 킹에게는 단순히 돈 문제를 떠나 사업의 명줄이 걸려있다. 어릴 적 지독한 가난 때문에 성공 지향적 인간이 되어버린 킹을 두고 구두 회사의 중역들은 그를 회유하여 회사를 집어 삼키려는 음모를 꾸미지만 킹의 생각은 좀 다르다. 그에게는 회사운영과 관련된 별도의 플랜이 구상되어 있었으니.    

그런데 어떤 돌발 변수가 그의 발목을 잡게 된다. 누군가가 자신의 운전사의 아들을 킹의 아들로 착각해 납치 유괴하고서는 50만달러의 몸값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들이 유괴당하지 읺는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지만 뒤늦게 킹의 아들이 아니란 것을 알에 된 범인들은 킹에게 몸값을 대신 내놓으라는 생떼를 부리기 시작한다. 이제 킹은 50만 달러냐? 아이의 목숨이냐?를 두고 심각한 도의적 딜레마에 빠진다 

 

?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재수 없는 일이 닥쳤느냐고 울분을 토로할 만하다. 범인들의 요구대로 몸값을 주면 그의 사업인생은 파멸하게 된다. 회사의 중역들은 이것을 호재로 삼아 킹을 파멸시키기 위한 작당에 나서면서 몸값을 지불하지 않으면 세간의 비난 속으로 빠뜨릴 복안도 마련 중이다. 모든 것은 킹의 선택에 달려있다.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은 이 책이 87분서 시리즈 중 가장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유괴범들로부터 유괴된 아이를 되찾는 이야기들도 물론 일정 이상의 재미를 주지만 87분서 형사들의 활약보다는 순전히 킹의 고뇌부분이 역시 중심이 된다. 특히 아이를 위해 조건 없이 몸값을 지불하기를 원하는 아내와 절대 그럴 수 없노라고 맞서는 킹의 논쟁은 차마 읽기 힘들 정도로 흡입력이 압도적이다. 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당연히 몸값을 지불하는 결정이 당연하겠지만 평생을 고생만 해온 그에게 사업에서의 낙마는 절대 죽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임을 이해할 수 있다. 그의 논리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본다. 나라도 그런 결정 쉽게 못 내릴 것이다. 킹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절절해서 가슴에 사무치고 동화되면서 마치 내가 킹이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누가 그에게 냉혈한이라고 돌을 던질 수가 있으랴? 

이 책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일본 영화계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천국과 지옥은 원작과는 다른 결말이 그려지고 있다고 하는데 어느 쪽이든 현실에서는 실재할 것만 같다. 킹에게 책임을 지우도록 하는 행위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무책임하고 가혹한 처사이다. 유괴사건이 발생하자 킹에게 찾아와 돈이나 뜯어내려는 사기꾼의 등장이이나 87분서에 아이의 행방을 목격했다는 전화의 폭주는 일순 익살스레 묘사되어 킥킥대며 읽기도 했지만 타인의 고통을 악용하고 농간부리려는 혹자들의 저급한 시도가 얼마나 당사자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지 모른 채 배려하는 마음의 양식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도 악의적이다.  

 

그리하여 일련의 사태에 대한 주모자와 피해자가 모두 남성인 상황에서 문제가 해결되도록 끊임없이 설득하고 행동으로 실천하기까지 하는 능동적인 주체 모두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어둠을 불 밝히는 등불 같은 역할이라는 점에서는 상당히 인상적이고. 면죄부가 주어진 결말은 그런 용기 있는 결단에 대한 포상으로 간주하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87분서 시리즈는 다른 각도, 다른 차원에서 해석되면서 언제나 즐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는 검증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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