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1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왜 본격 미스터리에서 괴기 환상소설로 독서와 취향이 바뀌었느냐는 료코와의 대화를 한 번 곱씹어 본다. 미쓰다 신조의 자전적 요소가 과연 포함되어 있느냐는 것도. 괴담을 좋아하지만 일부러 체험을 목적으로 특정 장소를 찾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아니 일가족 참살사건이 과거 발생했던 흉가란 점을 사전 인지 못했다며 부동산 주인을 원망하지만 한눈에도 불길한 기운이 꿈틀거리는 그 저택에 기거하며 괴기소설을 쓰겠다고 착안한 것부터가 정상의 범주에 벗어난 일이다. 괴담이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좋아하는 미쓰다 신조는 단지 즐기고자 할 뿐이지 괴이가 반드시 일어나란 법은 없다는 느긋한 마음으로 창작의욕을 불태운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기에 처음부터 무섭다는 감정이 어디서 촉발하는 것인지 실체가 없다.

 

 

그래서 호러라는 공포는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지켜보는 것 같은 음습하고 서늘한 느낌이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나중에는 조금씩 무감각해진다. 무섭지가 않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미스터리로 몰고 가서 결말에서 호러와 결합한 후 두 가지 다 원만한 선에서 해몽을 해 주었더라면 효과만점이었을 텐데 결말은 소문대로 맘에 들지 않았다. 액자식의 색다른 구성과 전개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만족했지만 미스터리는 봉인되고 호러만 남는구나

 

 

확실히 괴이라는 정체에 대해서는 개인별로 체감온도가 다르겠지만 미쓰다 신조의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는 독자라면 그것의 유형이랄까,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어지간해서는 참신하게 받아들여지기가 힘들다. 익숙해진 공포는 괴이를 미지로 간주하고 모든 현상의 원인이 되어버린다면 논리적으로 납득은 불가하다. 이제까지 미쓰다 신조는 호러와 미스터리의 결합을 통해서 분석이 가능한 원흉과 그렇게 할 수 없는 원흉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서 현실이 누리고 있는 부조리를 적정한 수준에서 추정해내었다.

 

 

그러한 안배가 이번에는 완전히 깨어졌기 때문에 원성이 자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독자들이 원하는 가이드라인에 관한 협상에서 처절히 실패한 이유는 기시감의 반복 때문이고 단서는 실종되었으니 잔혹함으로만 승부를 걸기에는 욕구불만이 상당하다. 최소한 영국과 일본에서 벌어진 일가족 참살이 일어난 시간적 주기 ‘7’이라는 수학적 공식만이라도 의문을 해소해 주었더라면 좋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이 모든 원인은 문제의 서양식 저택에 홀려서 그렇단다. 무엇에 씌었다는 이상한 느낌이란다. 

 

 

그리고 작가와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 같다는 건 이 시리즈의 특성이라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그래도 한 가지 미심쩍은 의문은 남는다. 동인지 미궁초자에 수록된 단편 중 안개저택오락으로서의 살인<작자미상>에서 이야기를 먼저 읽었기에 언급은 반갑지만 <기관>의 미쓰다 신조와 <작자미상>의 미쓰다 신조는 별개의 인물인 것일까? <기관>에서는 직접 해당 소설을 집필한 작가지만 <작자미상>에서는 해당소설을 읽은 독자로 나오기에 신분과 역할은 다르고 괴이를 직접 체험한다는 공통점만이 두 작품을 연결했다가도 구분 짓게 만드는 착각이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호러적 분위기에 길들이는 감각으로 등장하는 괴이하고 섬뜩한 웃음소리, 발자국 소리, 문이 열리고 닫히고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 ‘문을 열어 봐, 나야’. 같은 청각적 요소들은 과거에 일어난 참극에 대한 기억을 되돌리게 하는 자극이 되기도 한다. 망상, 악몽, 작품해설까지 어디까지인지는 몰라도 일정부분 진실처럼 보이는 부분과 동·서양 호러 대중문화에 대한 마니아적 지식의 나열도 나중에 다시 확인하고픈 흥미를 돋운다는 점에서도 좋은 점수를 추가로 주고 싶다.

 

 

결국 이 소설을 즐길 수 있느냐의 판단여부는 작가의 의도대로 현실에 가깝게 믿도록 하기 위한 교묘함에 얼마나 흥을 느낄 수 있는지, 그 함정에 얼마나 깊게 빠질 수 있는지를 최대한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허구를 즐기는 방법 외에는 더 이상 없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일단 이번만큼은 미쓰다 신조 월드가 연착륙 못하고 불시착 했다는 개인적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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