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케 전설 살인사건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김현희 옮김 / 검은숲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일본 추리소설에서 3대 국민탐정이라고 하면 '긴다이치 코스케','가미즈 쿄스케' 그리고 '아사미 미쓰히코'를 지칭한다고 한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일부 읽어 보았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읽어본 적도 없거니와 그렇게 영예스런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으니 아직 이쪽 세계에 대한 정보는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는 셈이다. 뒤늦게라도 알게 되었으니 시간이 허락하는 한 차츰 찾아서 읽어나가 보자.  

 

  

프리랜서 작가 '아사미 미쓰히코', 당년 33세. 아니 영원한 33세이던가? 왜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인지... 마치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에 등장하는 형사들이 늙지도 않는 것처럼 꽃미남 이미지를 계속 고수하고 싶은가 본 데 상큼한 허우대와는 달리 어딘가 어설픈 구석이 좀 보인다. 은근 마마보이인데다 경찰청 국장인 형에 대한 컴플렉스가 상당히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사건현장에서는 항상 누구네 동생으로 통하다보니 그건 본인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탐정으로 활동하는데 상당히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어 필요시에는 즉각 굽히고 들어와 협조하는 경찰들에게 내놓을 카드로 최적이다. 이렇게 든든한 보험을 본인이 꺼려해서 문제지만.

 

 

사건발생은 계절의 여왕 5월, 고치 현으로 가는 호화 쾌속선 '시 플라워'에서 한 남자가 실족사 한다. 사고를 목격한 사람은 이 배의 항해사 '호리노우치'였고 그의 증언에 따라 남자의 미망인에게 거액의 사망보험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시체는 발견되지는 않은 상태에서 2년이 지난 후 도쿄 신주쿠에 있는 한 맨션에서는 또 다른 남자가 추락사한다. 그런데 2년 전 죽은 남자랑 이번에 죽은 남자가 그 당시 여객선의 승객이었음을 '호리노우치'가 기억해낸 것이다. 단지 우연의 일치라기엔 이상하다 싶어 친구인 '아사미 미쓰히코'에게 두 사건의 연관성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한다. 2년 전의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고자 '시 플라워'의 종착지인 고치 현을 찾아간다. '아사미 미쓰히코'는 숨겨진 마을이라는 '오추도 마을'에서 죽은 두 남자의 고향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뜻밖의 이야기도 듣게 되는데....

 

 

현실과 허구의 미묘한 조화가 이 시리즈의 성공을 이끈 주요 원동력 중 하나라고 하는데 소설 속 주인공의 집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는 않지만 주변 건물들은 실제로 존재해서 '아사미 미쓰히코'라는 인물에 대한 동경과 소설 속 트릭들이 현실처럼 느껴지는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사실 '아사미 미쓰히코' 라는 캐릭터는 스스로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독자적인 느낌마저 주기 때문에 이번 '헤이케 전설 살인사건'처럼 처음부터 범인을 드러내고 범행을 모색하는 단초를 먼저 밝혀서 결과를 원인으로 되짚어 가도록 유도한 역행은 의도하지 않은 수순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사미 미쓰히코'의 추리과정을 따라가며 범인들이 자신했던 "완전범죄""안전범죄"의 구별을 어떻게 해낼 것인지 예측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이 소설의 정서를 관통하는 흐름은 '고향'이다. 산업화라는 예견된 구조 속에서 물질만능주의가 가치관으로 자리 잡은 젊은 층들이 고향을 벗어나 도시라는 시공간을 먹이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가 되어 떠돌 때에는 남겨진 자의 회한과 떠난 자의 망향으로 인한 상실감이 다스리기 힘든 슬픔으로 다가온다. 떠날 때는 쉽게 떠나서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는 각오였지만 '헤이케' 일족이 '겐지'의 추적을 피해 숨어든 오추도 마을에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고자 마을을 연결하는 다리를 끊을 수 있게 준비해 두었다는 전설처럼 후손들은 더 이상 돌아갈 방법이 없다.

 

 

'헤이케'의 후손으로 태어나 터전을 지키지 않은 그들에게 과거라는 뿌리와의 단절은 슬픈 애환이 되어 가슴 먹먹하게 한다. 결국 트릭을 깨뜨리는 망치가 '아사미 미쓰히코'라면 반전이라는 가면은 정체성을 잃어버린 인간에 대한 개탄이다. 사회문제를 여행이라는 여정을 통해서 만나는 달달한 로맨스도 참 좋고 바깥의 어둠보다도 더 칠흑같은 어둠을 응시하는 진실에 대한 동정도 아릿하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쁘다고 비방하는 사람을 약자로 간주하고 옹호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남자 '아사미 미쓰히코'에게는 여백이라는 매력과 섬세한 감성이 살아 숨쉬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꽃미남이라 질투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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