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컨피덴셜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1
제임스 엘로이 지음, 나중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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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버두 산기슭의 한 모텔에 한 사나이가 현금과 헤로인, 총기를 소지하고 들어온다. LA최대의 범죄조직의 대부 "미키 코헨"의 부하들과 LA 경찰 양측으로부터 추적당하고 있던 그는 모텔에서 이들과 총격전을 벌이다 결국 경찰로부터 사살 당한다. 19512월에 있었던 화끈한 느와르로 포문을 여는 이 소설은 그해 1225일 또 다른 사회적 이슈로 전환점을 맞이한다. 경찰관에게 폭행을 가한 여섯 명의 혐의자가 있는 감방으로 몰려간 경찰들이 우발적인 집단폭행을 가한 사건이 발생한 것. 이 폭행사건을 계기로 LA 경찰국은 운명의 갈림길로 인도되며 대립과 갈등의 정중앙으로 빠져 들어간다.

 

 

복잡한 줄거리와 많은 인물들의 등장으로 이름과 역할을 외우는 일이 벅찰 정도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인물은 크게 세 명의 경찰로 압축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년기 아버지의 폭력으로 비참하고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던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꿈꾸었지만 끝내 실현 못했던 웬들 화이트는 합법적인 응징을 위해 가정폭력범에 대해 병적으로 집착하며 이들을 처벌해나간다에드워드 엑슬리LA 최고의 사업가인 아버지와 죽은 형에 대한 미묘한 존경과 반감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인물로 머리가 비상하며 성탄절 폭행사건을 양심적으로 폭로한 영웅으로 둔갑하게 된다. 사실 그는 태평양전쟁 당시에도 전사한 일본군을 마치 자신이 궤멸한 것으로 위장하여 이미 전쟁영웅으로 등극한 적이 있다. 순경출신으로 현장보다는 머리를 이용한 수사에 일가견이 있는 카멜레온 같은 인물, 빛나는 미래가 보장된 남자.  

 

 

뛰어난 사건해결능력을 보이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일탈되어 있는 잭 빈센즈까지 이들 세 명의 경찰들이 벌이는 애증의 관계와 거대한 사건들이 충돌을 빚으면서 1951년부터 1958년까지를 배경으로 50년대 미국사회의 그늘진 이면을 통해 관료주의의 병폐를 고발하고 있다. 사실 이들 세 사람은 한 경찰국에서 같이 근무하는 등료라는 점 말고는 "밤 부엉이 사건"과 거물 범죄자 "미키 코헨"과의 얽히고 설킨 인연으로 각자의 길에서 상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의 길을 건넌다버드가 감성주의자라면, 에드는 이성주의자이며, 은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융합한 인물로 묘사할 수 있는데 초반부에 설정되는 이들의 성격의 패턴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융화되어 가는 듯하다. 은 처음부터 중도파였지만 교활한 기회주의자로만 비쳐졌던 에드가 정의에 대한 가치관이 자리 잡으면서 진정성 있는 인물로, 반영웅주의의 선두에 섰던 버드는 대책 없는 사고뭉치였다가 이성을 회복해나가는 인물로 변모한다. 성탄절 사건을 계기로 서로에게 등을 돌린 사이였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공동의 노선 앞에서 그들로 한낱 경찰의 일원일 뿐이었다.  

 

    

이들은 배신이 합종연횡을 반복하는 가운데에서도 이성과 비이성, 합법과 비합법의 수단을 통해 무엇을 요구받는지, 어떻게 이용당하는지 모른 채 지나가며 쉽사리 현혹당하기 쉬운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사건의 본질은 진상을 파헤쳐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동료 경찰들에게 단서를 줘서도 안 되고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며 자신보다 더 위험한 유일한 사람을 배신해야 할 때도 닥친다. 어떠한 희생을 강요받더라도 절대적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LA경찰국의 요구답게 은폐되어 있던 진실을 들어냈을 때 절대적 명제를 훼손하는 쓸쓸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는 상처 많은 인간으로 조심성 있고 나약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미숙하고 덜 영리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연쇄폭발을 보이던 광기와 폭력을 잠재우고 이 거대한 서사시는 그렇게 끝을 맺는다.

 

 

방대한 분량과 스토리에 완전몰입과 이해가 결코 용이하지 않았지만 시대를 초월한 느와르의 수작임은 틀림없으리라. 오래전 영화에서 느꼈던 그 끈적끈적한 재즈음악이 문득 떠오르는 걸 보면 원작은 더 뛰어나지 않았을까? 당시 영화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대세였던 타이타닉의 암초를 비껴가진 못했다. 그래도 영화는 스타일이 살아 있었던 것 같다. 러셀 크로우, 가이 피어스, 케빈 스페이시, 킴 베이싱어까지....  그들의 명연기.....  당시에도 이해는 못했으면서도 와우, 이 영화 죽이는데라고 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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