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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3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평점 :
“당신이 걷고 있는 이 숲 말이에요. 메아리는 조금씩 작아지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요.
지금까지도 그의 일부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거죠. 살인은 항상 그런 메아리를 남겨요.”
삽을 든 아버지가 보인다. 열여덟 살이었던 폴 코플랜드가 당시 기억하는 아버지는 울고 계셨던 모습이었다. 그리고 여름캠프에 참가한 많은 아이들 중 네 아이가 사라졌었다. 아버지에 대한 이 기억이전에 말이다. 그 아이들의 부모는 캠프장 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거액의 위로금을 받아냈고 사건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점차 세상에서 잊혀지는 듯 했다. 단 한사람만 제외하고서는...
카운티 검사보 폴 코플랜드는 여성 성폭행 피해자 사건에 대한 단서를 찾던 중 여동생이 포함된 네 명의 아이들이 실종된 20년 전 사건과 운명적으로 재회하게 된다. 무려 2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지나서 그에게 찾아온 나비 한 마리는 당시 모두 죽었다고 생각했던 그 아이들 중 한 명은 성인이 되어 여태 살아있었다는 것, 이 아이의 존재에 대해 누군가는 부인하고 진실을 은폐하려한다는 것, 그리고 여동생의 생사여부까지.
그 사건에 연루된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는 정체모를 불안과 의문이 점차 증폭되는 가운데r 그날 밤에 있었던 사건의 진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난다. 모두가 감추려고만 했던 그 날의 진실에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여동생의 죽음에 얽힌 진실과 사건에 연루된 다른 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은 각자의 비밀로 감춰둔 채, 세월이라는 풍화 속에 씻겨 내려가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여동생의 죽음이후 부모님의 죽음까지 겪으면서 가족의 해체를 받아들였던 코플랜드의 입장에서는 우연히 찾아온 단서 앞에서 그냥 수수방관할 수는 없었다. 코플랜드의 미스터리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망이 깊어질수록 사건의 진실도 덩달아 점점 더 깊은 숲 속으로 숨어들어가 길을 잃고 밖으로 나오려고 하질 않는다.
인간이 가진 어두운 본성이 여기에 있다. 아이들 실종사건의 이면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다가도 한순간 뒤 돌아서서 날카로운 비수를 꽂는다.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당신이 책임져야 할 응분의 몫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당신이 알고 있는 진실이 100% 확실하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라며 내기를 걸어오는 것이다. 할런 코벤의 작품들은 언제나 우연한 선택이 최선이 아니었으며, 나중에 후폭풍이 되어 돌아온다. 인생에서 경로 이탈 없이 올곧게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실감나게 그려낸다.
이번에도 적중했다. 시행착오의 반복 속에서 항상 후회를 반복하는 내겐 이러한 모습들은 낯설지가 않아 바늘이 온 몸을 찌르고 들어오는 것 같은 고통과 연민으로 지켜보게 한다. 스릴러라는 장르는 그래서 특별하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오락적 체험도 짜릿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이 있고 특별한 트릭과 반전도 즐겁다. 그리고 이야기의 즐거움 못지않게 추악한 인간성과 그것에 대한 반발과 대안으로 제시하는 인간성의 회복까지 상반된 양자를 충돌시키면서 사회적 공감이라는 또 다른 메시지까지 도출해낸다.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우선 코벤이 곳곳에 숨겨놓은 덫을 무사히 피해서 수수께기를 풀어내는 과정을 차근차근 거쳐야만 하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20년 전 사건과도 정서적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재 코플랜드가 검사보로서 담당하고 있는 샤미크 존슨 사건도 진실을 둘러싼 공방전이 무척 흥미진진하면서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겠다는 피고 측 아버지의 행동은 용서받기 힘든 면이 분명 있다. 하지만 20년 전 사건에 대한 코플랜드 부모님들의 진실을 알고 나면,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의 아버지의 속사정을 알고 나면, 용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수단이며 때론 수용하게 되리라는 교훈도 얻는다. 그리고 감동 한 웅큼까지도 덤으로 말이다.
또한 불행과 행복이 교차되는 마지막 장은 처연함과 위안이라는 조화를 이루면서 숲에서 있었던 사건의 근본적 배경이 지나치게 전통적이었다는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훈훈한 마무리 라는 점에서 맘에 든다. 물론 그 것을 예상하기는 했다만. 인생은 새옹지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