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그래닛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8
스튜어트 맥브라이드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스릴러를 읽다보면 드는 생각은 책을 통해서 세계 각국의 국가별, 도시별, 지역별 문화적 특성이나 지형적 특성을 간접 체험해 볼수 있다는 장점을 발견하게 된다. 미국, 일본은 기본이요, 유럽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독일, 스웨덴같은 유럽의 대표적 스릴러 강국을 위시하여 영국, 노르웨이, 덴마크, 프랑스 같은 국가에까지 실로 저변이 다양해서 점점 더 많은 국가의 작품들을 만나고픈 욕구가 강해진다. 그동안 읽었던 작품들중에서 아이슬란드 작가 아날두르 인디리다손의 "저주받은 피"같은 경우는 인구 30만의 작은 섬나라를 배경으로 한 이 같은 장르소설을 만났다는 게 그때는 정말 진기한 경험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번에 만난 스릴러는 스코틀랜드 작가 스튜어트 맥브라이드의 데뷔작인 "콜드 그래닛"이다.

 

스튜어트 맥브라이드는 그동안 알게모르게 관심을 가져왔던 작가 중 한 명인데 그에 대한 기억의 단상이 존재한다. 예전에 인터넷으로 본 기사인데 영국작가 알제이 엘로리가 온라인에 익명으로 자신의 작품을 극찬하고 동료작가들의 작품을 혹평했다가 들통나 망신을 당했다는 내용을 기억한다. 그때 혹평했던 동료작가들중에 스튜어트 맥브라이드가 있었는데 그의 작품들은 아주 흔해빠진 경찰소설이라는 평가절하였다. 라이벌 의식을 느껴 질투를 불러일으킬 만큼 맥브라이드의 입지가 모국에서는 탄탄했었기에 벌어진 해프닝이 아니겠는가 싶은데 그런 만큼 읽어보지 못한 그의 작품에 호기심이 증폭되었던 계기였던 것 같다. 또한 스코틀랜드의 마이클 코넬리, 스코틀랜드의 해리 보슈 시리즈로 비유되는 맥브라이드와 로건 맥레이 시리즈는 이 같은 표현들로 인해 언제부터인가 미지의 작가 중 가장 먼저 만나보고 싶은 작가의 최우선에 그가 있었고 그 점은 순전히 마이클 코넬리에 대한 강력한 충성심의 연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만나게 된 "콜드 그래닛"은 제목에서 처음에 약간의 오해랄까 착각이 있었는데 그것은 이 작품의 배경을 그래닛이라는 가상의 도시로 잘못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래닛은 화강암을 의미하고 있고 스코틀랜드의 에버딘이 "화강암의 도시"로도 불리고 있다고 하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소설의 배경은 그렇다치고 주인공은 로건 맥레이라는 경사다. 에버딘의 그램피언 경찰서 소속이다. 그는 1년전 열다섯명의 여성을 강간 살해한 앵거슨 로버트슨을 검거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검거와중에 범인의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어 생사를 헤맨 끝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후 현장에 복귀한 전력이 있다. 다들 그를 성경 속에서 죽었다가 부활한 "라자루스"라는 별명을 붙여 유명인사로 만들지만 그 점을 탐탁치않아 하는 남자이다. 몸도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라 부상 부위에 후유증을 앓고 있는 지라 피해자의 가족에게 배를 맞는 식의 봉변을 가끔씩 당하면 빌빌대기도 해서 불안정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에버딘에는 아이들이 연쇄살인되는 엽기적인 사태가 벌어지면서 세상이 떠들석해진다. 그것만이 아니라 무릎이 도려진 시체까지 발견되면서 정말 사건은 한없이 터져나가고 범인으로 의심되는 용의자들은 한 둘이 아니다. 아동 살인사건이 한 건 일어나서 탐문수사로 수사망을 좁혀 유력한 인물을 검거하고 나면 이제 마무리되려나 싶다가도 또 다른 사건이 연이어 터진다. 범인이라고 단정했던 인물들은 알고 보면 헛다리 짚은 걸로 결말이 나서 로건 맥레이만이 아닌 모두를 허탈하게 만드는 일이 연속되기에 잡았다가 풀어주고 또 다른 사람을 의심하고 잡고 풀어주는 일이 반복되다보면 정말 믿을 사람하나없이 모두가 용의자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무고한 것으로 해명된 사람들에게도 갖가지 사연들이 있음이 밝혀지면서 이 모든 것은 어른들의 추악한 이기심에 비롯된 점이라는 걸 알기에 어디 항변도 저항도 못하고 속수무책 희생당하기만 하는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은 회색빛으로 젖어있는 에버딘의 우중충한 날씨만큼이나 우울하다.

 

이 같은 천인공노할 사건들이 벌어지는 혼돈을 악용하여 기생하는 일단의 무리들 또한 존재하니 정의수호는 허울좋은 입버릇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미 발생한 아동 성범죄자에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법정에 대한 분노와 함께 억울한 희생자를 대변한다는 명목으로 공명심에 들떠 진실을 호도하는 악질적인 변호사 또한 가해와 피해의 경계점에서 얼어붙은 양심이 쓰레기더미 속에 내팽겨쳐 진다는 현실때문에 정말 치를 떨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수사정보를 찌라시 언론에 흘려 수사에 막대한 혼선을 빚고있는 악어와 악어새의 공존은 외부의 적을 처단하기 전 내부의 적으로부터의 차단 또한 얼마나 중대하고 심각한 사안인지 알 수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익을 취하려는 불순세력 앞에서 정의와 진실은 혼탁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카리스마대신 소심한 성격에 실수도 잦고 상관인 인치 경위에게 휘둘리기도 하는 로건 맥레이 경사는 영웅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어 상당한 친근감을 느끼게하는 인물이다. 까칠까칠한 상사 안치와 부하직원인 여경 왓슨까지 모두가 비범한 재능보다는 지극히 깊고 진술한 통찰력으로 끈기를 가진 추진력으로 끝에 도달하기에 이들의 모습에서 정말 우직한 스릴러를 제대로 만난 것 같다. 진중하면서도 우직한 이러한 스타일에서 마이클 코넬리에 빗대는 건 아닐까싶다. 데뷔작으로서는 더없이 훌륭한 완성도를 보인 로건 맥레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면서 미스터리한 여운을 남긴 이번 작품의 결말까지 스튜어트 맥브라이라는 작가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하반기에 출간예정인 시리즈의 2탄을 통해 더욱 성숙해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리즈의 장수를 빌어본다.

스코틀랜드 스릴러의 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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