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드 문 - 달이 숨는 시간,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7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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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연인이자 파트너이며 또한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스승이기도 했던 남자 맥스와 함께 최후의 한탕을 위해 라스베가스의 호텔 카지노로 잡입했다가 불의에 의해 맥스는 사망하고 캐시 블랙은 공모죄와 더불어 그를 죽게했다는 과실치상죄로 5년간의 수감생활을 하고 가석방된다. 10개월 동안 자동차영업소에서 딜러로 근무하며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혈관을 뜨겁게 관통하는 본능적 본능 "범법자의 주스"라는 달콤한 유혹을 거부하지 못해 지금이 아니면 마지막 기회라는 일념으로 다시 한탕을 준비한다.

 

그것도 6년전에 아픔을 겪어야했던 비운의 장소인 라스베가스 클레오파트라 호텔에서 목표물인 50만달러를 몰래 탈취해야 하는 것. 그 곳에 대한 잊고싶은 기억때문에 처음엔 망설였던 캐시 블랙은 결국 현금탈취에 성공하지만 돈을 도둑맞은 남자는 다음날 시체로 발견된다. 그러자 호텔 카지노 부사장 그리말디는 냉혈한 사립탐정 잭 카치를 불러들여 그녀를 쫓아 돈을 되찾으려 하는데 그녀가 50만 정도달러로 알고 훔친 돈은 실제 그 이상의 거금이자 마피아가 개입되어 있는 검은 돈이라는 실체가 드러나면서 돈을 갖고 튀는 여자와 그녀를 쫓는 남자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실시간으로 시작된다.

 

자신이 해답을 모르는 질문은 절대로 증인한테 던지지 않는 소송 변호사처럼 전문 도둑들 역시 훔친 결과를 모르는 것은 절대 무턱대고 훔치지 않는다.

법적인 결과는 문제가 아니다. 더 심각한 종류의 결과가 걱정인 것이다. - 261 P - 

 

정말 기대도 않고 있다가 뜬금없이 기습출간된 이 소설 "보이드 문"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를 들자면 제목 자체인 "보이드 문(VOID MOON)""동시성"을 언급해야 할 것이다. 달이 한 별자리에서 다른 별자리로 옮겨갈 때, 어떤 별자리에도 속하지 않는 때를 일컫는 단어 "보이드 문"은 점성학적 용어로 6년 전 맥스가 죽었던 시간대이면서 6년 후 캐시 블랙이 돈을 훔치는데엔 성공하지만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에 의해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갇혔있었던 시간대로 다시 맞물렸던 우연의 연속같은 순간이기도 하다.

 

캐시 블랙은 이것을 그 장소가 액운을 가지고 있는 징크스 정도로 여겨왔지만 "모든 것은 예정되어 있다."는 점성학의 기본전제대로 단순히 움직이는 별들의 힘은 불행이 약속된 운명인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힘같은 현상처럼 보인다. 살면서 드러나는 반복적 패턴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할지 고민하기도 전에 다시 "동시성"으로 귀결된다. "겉으로는 별개로 보이지만 서로 관련된 일들이 시간차를 두고 일어난다.""동시성"이라는 과거의 불행을 이용하려는 잭 카치와 이것을 역이용하려는 캐시 블랙.

 

"사막이 바다가 되는 곳" 그리고 "타히티"

 

한치의 오차도 용납않는 정밀하고 디테일한 두 사람의 대결은 최첨단 장비를 이용한 전자공학적 스릴 속에서 숨막히는 서스펜스를 보여주는데 정말이지 한시라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의 속도감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시간을 지배하는 것은 운명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의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 동안 자신으로 인해 희생당해야 했던 사람들의 죽음 앞에서 감수해야했던 죄책감을 극복하고 사막이 바다가 되는 라스베가스 대신 연인 맥스와 사랑스러운 딸과 함께하고 싶었던 마음 속의 낙원 "타히티"를 염원했던 캐시 블랙의 정신력이 "잭 오브 스페이드"로 불리던 저승자사 잭 카치의 광기를 잠재웠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이 소설에서 인상적인 점을 두가지를 얘길한다면 일반적인 선악 설정의 패턴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우선 들 수 있을 것 같다. 사립탐정과 절도범이 등장한다면 전자가 선, 후자가 악, 이런 설정이 당연할 듯 싶은데 마이클 코넬리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뒤짚어 반대로 설정하여 탐정도 탐정 나름이라는 식의, 탐정이 악의 편에 서는 최초의 경험을 선사한다. 적어도 내 기억에는 이러한 구도는 본 적이 없다고 확신하기에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확실히 신선한 발상이다.

 

또한 실제 등장하지는 않은 과거의 인물인 라스베가스의 마피아 지부장인 조이 마크스를 언급한 대목도 해리 보슈 5편 "트렁크뮤직"을 살짝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조이 마크스어찌 기억하고 있었는지도 스스로가 의문 그 자체였지만 타 작품 속 사건이나 등장인물에 대한 기억을 가끔씩 되살려주는 마이클 코넬리의 시도는 언제나 개인적으로 환영하는 방식이다. 그만큼 마이클 코넬리에 대한 애정이 깊다보니 사소한 티끌조차도 놓치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고픈 팬심은 식지 않으며 이야기꾼으로서의 탁월한 재능이 독보적인 것은 당연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언제나 그의 작품을 읽는다는 건 예정된 축복이나 다를 바 없지.

 

이번에도 과연 넘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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