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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1 - 보이지 않는 적,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홍성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 그리고 또 다른 사랑....
전작 <트와일라잇>에서 10대의 청춘과 방황을 뱀파이어라는 상상력으로 그려내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어낸 스테파니 메이어가 이번에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SF 로맨스 <호스트>를 내놓았다. 신작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주제의식은 여전히 재기발랄한 판타지 속에서 깊고 묵직하게 전달되면서 대중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고 현지에서 베스트셀러라는 성공적인 결과를 만듦으로서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고 보여진다. 이제 뱀파이어가 아닌 또 다른 영혼의 이야기가 시작되려한다.
특정 시점을 추정할 수없는 어느 가까운 미래, 살아있는 생명체의 뇌에 침투해서 정신을 우선 잠식하고 점차 육신까지 장악해버리는 외계종족 "소울(SOUL)"에 의해 지구의 인간들은 그들에게 정복당한다. 얼마남지 않은 최후의 인간 저항군들을 색출하기 위하여 정보가 필요하게 되고 붙잡혀 온 인간 멜라니의 뇌 속에 종족 중 가장 노련하면서 강인한 정신력을 소유하고 있는 "완다(방랑자)"를 삽입한다. 성공적인 미션으로 비춰졌던 이 수술은 뜻밖에도 멜라니의 영혼이 육체에 남아 완다와 동거하게 되는 기이한 결과를 낳는다. 소멸되었어야할 멜라니의 영혼은 자신의 육체 속에 감금당하고 그녀의 영혼은 완다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연인이 있는 곳으로 이끈다. 완다는 난생 처음으로 인간의 감정을 겪으면서 혼란에 빠져버려 괴로워하면서도 멜라니의 옛 연인과 피할 수없는, 치명적인 로맨스에 빠져들고 만다. 그리고 또 다른 로맨스가 끼어들면서 사각관계로 진행되는데....
완다 같은 소울들은 단 한 번뿐인 삶이 아니라 여러번의 삶을 살 수 있고 자신들이 기생하게 되는 숙주인 "호스트"를 떠나 다른 호스트로 옮겨갈때마다 죽음을 경험한다. 그리고 또 다른 호스트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다가 그 곳에서 정착하여 죽게되면 그 순간에는 영원불멸과 작별을 고하게 되는 기구하면서도 신비한 여정을 걷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계속 옮겨 다닐 수 있다하여 끝없는 욕심만 추구해서는 안되기에 죽음의 순간은 말로 표현못할 만큼의 절절한 소망을 무쇠 녹이듯 강하다는 것을 완다는 안다. 이 가슴아픈 사랑이 멜라니를 위해서만 살아남을 것이고 완다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거라는 우울함 앞에서 운명은 그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안타까움에 마음은 쓸쓸하다. 순간 눈물이 난다.
그렇다면 한 종족의 몸에서 다른 종족으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완다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수 없다. 비록 멜라니의 육체를 통해 자신을 해하려한 인간에 대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물리적인 저항을 행한 것에 두려움과 후회를 느끼는 완다의 불안한 심정은 이 모든 것이 우리네 인간들의 어두운 이기심의 발로라는 불편한 현실이 있다. 인간의 몸을 지녔지만 인간취급을 못받고 신체적인 접촉에 대한 반응도 인간과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폭력이라는 불합리한 정당성에 반해 정말 바보 같고 쉽게 감정에 치우치는 보잘 것 없는 생명일 뿐인 인간이야말로 타인을 기만하고 불리하면 뒤에 숨어버리는 비겁할 존재일뿐이라는 반론을 되새겨 보면 가엾은 완다도 인간과 동등한 대접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인간의 육체라는 감옥에 갇혀 지구라는 행성에 던져져 자신의 종족과도 동떨어져 살고 있지만 인간의 사랑에 동화되는 완다의 심리적 변화와 순응은 인간이 사랑이 변덕스럽고 미묘해서 가슴이 찢어질 듯 만큼 아프기도 하고 이룰 수 없기도 하다. 그러한 완다의 투쟁과 인간으로 체험하여 느끼는 감정 즉, 희생과 사랑은 숭고하기에 이기적인 인간들마저 끝내 감화시키고마는 동화같은 마력이 살아 숨쉰다. 그러는 동안 맘은 점점 온도가 올라간다. 그런데도 미국 애리조나 주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지하동굴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단순히 로맨스만 아니라 다양한 인간군상의 갈등과 대립이 화합으로 봉합되는 과정들로 실감나면서도 재밌지만 영화 예고편과 비교해서는 외계종족 소울이 보낸 수색자가 벌이는 액션신같은 시각적인 쾌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 점에서는 다소 지루한 면이 없잖아 있을 듯 싶다. 그렇다면 원작이 영화(비록 관람도 않고 추측컨대)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는 강점이라면 섬세하면서 애틋한 심리묘사의 감성적 파장에 있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영상으로 옮겨담지 못할 아날로그적이면서 순수하고 깊은 울림을 대신할 그 무엇은 없지만 한 편으로는 살짝 아쉬운 면이 있다.
로맨스와 SF액션의 갈림길에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