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카니발 율리아 뒤랑 시리즈
안드레아스 프란츠 & 다니엘 홀베 지음, 이지혜 옮김 / 예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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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부가 팔린 독일 미스터리 스릴러의 최고봉으로 넬레 노이하우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는 화려한 문구와 함께 저자인 안드레아스 프란츠의 유작이라는 쓸쓸함, 그리고 다니엘 홀베가 중단된 집필을 이어서 완성하였다는 사연까지... 여러모로 관심을 끌만한 요소는 충분합니다. 더군다나 독일 스릴러는 2012년 상반기 초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후 오랜만에 읽어 보는지라 그녀 이전에 활약했던 독일 미스터리 스릴러계의 인기작은 어떠할지도 궁금했습니다.

 

세 명의 여대생과 세 명의 남학생이 술과 마약에 취해 한여름 밤 광란의 파티를 엽니다. 파티가 끝난 후 캐나다 여학생 제니퍼 메이슨이 강간 살해당한 채 시체로 발견되는데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은 그날 있었던 참극을 기억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한 편 1년 만에 수사현장으로 복귀한 율리아 뒤랑 형사가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사참여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동료 형사들의 수사 결과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이 범인으로 검거되고 시간은 2년이 지나갑니다. 상사인 베르거의 직무대행으로 임명된 율리아가 사무실 근무에 염증을 느끼고 현장복귀를 갈망하던 차에 남자 대학생이 살해된 사건이 발생됩니다. 그런데 현장에 출동한 프랑크와 자비네 형사는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구원을 받은 듯 한 평온한 자세로 죽음을 맞이한 시체를 보며 과거 제니퍼 메이슨 살인사건과 유사한 단서를 발견하게 되는데요. 과거 사건과의 연관성을 눈치 챈 수사팀이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죽은 줄 알았던 제니퍼 메이슨이 나타나자 일순 혼란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용의자의 시체가 발견되자 더욱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져듭니다.

 

<신데렐라 카니발>은 율리아 뒤랑 시리즈의 12번째 작품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탓에 주인공인 율리아가 과거 사이코 패스에게 납치당해 감금 강간까지 당하는 끔찍한 기억들로 인해 정신공황에 공포장애까지 아직 후유증이 남아있는 상태로 파악됩니다. 그녀의 진정한 고통은 그랬구나 하는 정도로만 짐작할 뿐 진심 공감되기에는 설명이 불충분한 점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하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가 현장수사에 처음 배제되는 점은 이야기 전개 상 당연할 것이고 직무대행은 그녀가 점차 수사조직에서 인정받아 크나큰 역할을 맡기 위한 권력의 발판 정도로도 인식될 수 있을 것 같아 주인공이면서도 지지부진했던 것에 활동에 대해서는 넓은 아량과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결국에는 직접 사건해결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은 육탄전을 보였으니 차기 시리즈에서는 제대로 된 그녀의 활약을 본격적으로 볼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그리고 수사팀의 일원이자 오랜 파트너인 프랭크 헬머와의 서열문제로 인한 트러블과 화해, 자비네와 슈렉 팀장의 비밀연애, 페터와 도리스 부부 형사의 연애사와 득녀 이야기까지, 한 가족 같은 구성원들이 들려주는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빡빡한 수사 일지에서 빛을 발하고 깨소금 같은 고소함이 살아 있기에 읽는 재미가 더욱 풍성해서 좋았습니다. 물론 범인이 초반에 밝혀지고 어렵지 않게 범인을 알아내는 수사 과정들, 그리고 또 다른 범인의 등장 등 정체에 대한 모호함과 해결과정이 치밀하지 못하고 다소 싱겁게 이야기를 끌어나간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듭니다. 반전이라고 할 만한 포인트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안드레아스 프란츠가 생전에 끝장을 내었더라면 전개방식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를, 이것이 최선인지 묻고 싶을 정도로 평이하고 안이한 선택을 다나엘 홀베는 분명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집필을 이어나간 핸디캡을 감안하면 이 정도만 해도 재미는 웬만큼 보장됩니다. 그리고 생각거리를 여럿 남깁니다. 우선 객기를 주체 못하고 도덕적 불감증에 노출되어 쾌락이라는 구렁텅이에 빠져버린 청춘들이 있습니다. 최고로 빛나야 할 시간들을 자유와 맞바꿔버린 채 피 눈물 나는 대가를 치러버린 비참한 말로는 많은 것을 반성하고 되돌아보게 합니다. 죄의식이니 죄책감이니 하는 것들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요? 다신 오지 않을 청춘이여!!

 

또 다른 한편으로는 변태적 성적 욕망에 눈이 멀어 섹스산업의 번창에 기꺼이 지갑을 열어 일조하고 있는 사디스트들로 가학과 피학의 빈자리는 항상 누군가로 채워져 있다는 씁쓸함은 자본이 지배하는 현대사회가 낳은 시대의 산물이요, 경종이기도 합니다. 범죄는 이러한 수요가 있는 한 지금도 이를 노린 배금주의에 희생자들을 만들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이 소설의 스릴러적 긴장에 가독성까지 모두 이러한 요소들을 기반으로 독자들을 지루할 틈도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몰아넣는데 성공한 편입니다. 그냥 물 흐르듯 끌고 가는 힘이라는 장점입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레 끌고나가는 힘이 장점이라 이만하면 괜찮더군요.

 

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보자니 이 소설은 이런 아픔들만 노출시키고 있지만은 않습니다. 마지막 결말을 보십시오. ‘최고로 빛나는 시간에 대한 정의에서 누군가에게는 헛되어 소비 되어 버린 찌꺼기에 불과하지만 율리아 뒤랑과 프랭크 헬머는 12년에서 15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전장에서 동고동락했던 소중한 그 시절에 경의를 표합니다. 최악의 고비에 털썩 주저앉으며 이번이 마지막인가라는 좌절을 극복해가며 이 모든 걸 함께 버텨 준 파트너에게 이해를 얻은 점에 감사합니다. 그렇게 사건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고 범인은 잔에 물을 채우듯이 빈자리를 대신하겠지요. 고난의 행군을 함께 한 두 사람의 파트너쉽의 결속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며 몽상대신 범죄해결에 남은 미래를 걸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은 희망으로 훈훈했습니다. 다니엘 홀베가 이어나갈 새로운 시리즈가 기대되고 안드레아스 프란츠의 과거 유작도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제게는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이후 만난 독일 스릴러의 즐거움이었으며,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보다도 훨 만족스러웠던 작품입니다. 안드레아스 프란츠에게는 명복을, 다니엘 홀베에게는 격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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