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일구
시마다 소지 지음, 현정수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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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과 일본인은 형제와 같습니다. 우리는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둔 이웃입니다.

 

저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함께 야구에 대한 열정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시마다 소지)

 

매일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면 팩스에 금융권 대출 광고물이 쏟아지다시피 해서 들어와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뿐만이 아니겠죠. 대출 받으시라는 홍보전화와 문자를 수시 날려서 바쁜 업무시간을 앗아가고 있을 정도이니 가히 쩐의 홍수 속에서 현대인들은 살고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이런 전화가 오면 동료들 중에는 “나는 신용불량자인데 1억 그냥 빌려주느냐”며 농으로 받아치는가하면 “그 회사 직원들도 사람들 전화 상대하면서 스트레스가 오죽 많겠느냐, 불쌍하니 그냥 좋게 말해서 끊어버려라”며 다른 대처방식을 제시하는 동료들도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정상적인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사채를 끌어 빌렸다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고금리를 감당 못해 인생마저 저당 잡히는 사채지옥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되는 일은 이제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면서 이 소설은 사채가 낳은 폐해에 덧붙여 야구라는 스포츠를 세트로 묶어 청춘의 꿈과 이상이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좌초되고 마는 과정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결국 사채와 야구가 이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겠는데 예상과는 달리 야구의 비중이란 것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고 느껴져서 당혹스럽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것은 관점의 차이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야구가 보여줄 수 있는 뜨거운 투혼과 승부욕, 생생한 시합 묘사 등을 기대했지만 신고 선수로 짧은 경력을 남긴 주인공 다케야 료지가 재능의 한계에 부딪쳐 더 이상 성장을 못한 채 퇴출당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별 볼일 없는 야구인생을 읽고 있다는 사실에 심드렁하기까지 했습니다. 매년 스토브리그를 후끈하게 달구는 FA선수들의 이적에 수반되는 거액의 계약금에 현혹되다보면 무명 선수들에 대한 관심은 없다시피 하기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이면에 가려진 그들의 눈물어린 땀은 외면해 왔죠. 곰곰이 생각해보면 저도 솔직히 그들에 비해 더 나은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에 자존심 상해 일부러 관심 없는 척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야구선수로서 재능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이 가진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내었노라 자평하면서 최선의 일구, 최후의 일구를 던진 다케야와 인생의 돌부리에 걸려 성공을 내려놓아야 했던 다케치, 두 남자의 우정만큼은 누가 뭐래도 가슴 뭉클한 순간을 남겼습니다. 무명과 유명의 갈림길에서 후회 없는 족적을 남긴다면 다케야의 야구인생도 박수갈채를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사회적 시스템의 결함에 족쇄가 채워진 두 청년을 보면서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가답게 상대적으로 미흡한 미스터리적 결함을 현실과 맞닿은 범죄의 사회적 동기에 초점을 맞춘 방식도 여전히 유효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의 경우 범죄라고 정의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그래서 모두에게 자신이 가진 재능을 한껏 선보일 기회가 공평하게 배분된, 그러면서 정정당당하게 승부에 임하는 그런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1루까지 최선을 다해서 뛰는 선수가 진정 프로다"며 "아무리 사소하고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할 것.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 것 등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다"고 설명하며 목표를 향해 정진하라고 당부한 양준혁, 전 삼성라이온즈 선수나 ‘일구이무’, 즉 공 하나에 승부를 걸 뿐 다음은 없다는 좌우명으로 살고 있는 김성근 감독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왜 야구라는 스포츠에 그토록 열광하게 되는지를 새삼 공감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것이 야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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