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스!
햐쿠타 나오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알라딘 중고서점엘 들러 진열된 책을 찬찬히 살피던 중에 하쿠타 나오키의 소설 <복스>방금 고객이 판 책코너에 꽂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 누군지 몰라도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책을 여기다 팔다니 어지간히 안목이 없구나.’라며 혀를 차는 동시에 어라 이 소설의 분량이 이 정도였었나.’ 라고 새삼 놀라버렸다. 분량을 의식하지 못할 만큼 가독성이 좋다는 것. 그래서 650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텐도 아라타의 소설 같은 케이스가 아니라면 왠만해서 그만한 분량의 일본소설을 읽을 기회가 전무 하다시피...) 작년에 처음, 올해 다시 찾아 읽어버렸다. 그리고 서평은 이렇게 뒤늦게나마 올리고.

 

요즘 스포츠가 관람에서 실제 체험하는 것 이외에 문학의 형태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지라 대세인 아구 소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새삼스러울 것은 없겠다, 하지만 이 소설처럼 권투라면 약간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된다. 과연 권투 시합을 글로도 완벽히 재현해 낼 수 있을지,의문스럽고 딱딱하고 지루할 것 같은 선입견마저 든다. 도대체 어떻게 글러브가 교차하는 현장을 그려낸단 말인가? 그것은 읽고 나면 기우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될거다. 정말 재미있다는 점, 그리고 리얼하다는 점...

 

의문을 일단 덮고 나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햐쿠타 나오키의 소설 복스!’는 고등학교 권투부를 배경으로 챔피언이 되기 위한 소년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그들만의 진한 우정,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소년들이 권투라는 스포츠를 통해 건강하고 올바른 자아를 확립하고 커나가는 과정들은 어른들의 세속적인 욕망을 비웃듯 때 묻지 않고 순수한 열정을 뜨겁게 일깨운다.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으로도 정상의 자리에 올라설 수는 있는 걸까? 무엇이 이 시절을 쉼 없는 열정으로 인도하는가? 그리고 과연 결과는 행복했느냐며 독자들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다,

 

물음표에 대한 해답을 쥐고 소설을 끌고 나가는 쌍두마차는 기타루와 가부라야이고 얘네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변인물들이 소설에 싱싱함과 풋풋함을 더해주는데 에비스 고등학교 1학년 특별진학반의 기타루는 재능은 뛰어나지 않지만 우직하게 연습에 또 연습을 통해 강펀치를 보유하게 된 진정한 노력파. 그에 반해 기타루의 오랜 절친인 가부라야는 체육부 권투부 소속의 천재적인 복서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자만심에 노력을 게을리 하는 상반된 스타일로 대비시켜 소설의 재미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이렇게 상반된 스타일의 두 주인공을 내세워 고교 권투부 시합을 손에 땀에 쥐게 할 만큼의 생생함으로 압도적인 현장 생중계를 자랑하고 있는데 이들의 연승 기록을 막아 설 도내 강자 몬스터 이나무라를 전진 배치시켜 숙명적인 승부의 재미를 맘껏 즐기게 된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이나무라와의 진검승부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점쳐 보는 것도 이 소설을 즐기는 또 하나의 포인트라고 하겠다. 불꽃 튀는 명승부 속에서 현란하면서도 순간 전율케 하는 권투 기술이 만들어낸 승자와 패자의 명암은 결과에 승복하는 스포츠 정신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훈이라는 것을 모두가 가슴 속에 심으며 1장의 막은 내려간다.

 

그렇게 시합이 끝나고 다시 1년이 지나고 다시 세월이 흐른 뒤 권투부원들이 졸업해서 세상 밖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공백은 후배들이 물려받아 뒤를 잇게 되고 기타루와 가부라야가 전설로 남는다는 후일담은 후회 없는 그 순간들을 살았던 청춘들에게 보내는 최상의 청춘찬가이자, 뜨거운 스포츠소설의 명장면으로 손색이 없다. 가슴 뭉클한 감동을 자극적인 소재나 전개 없이도 체험하고 싶다면 이만한 작품은 드물기에 비정한 승부를 착하고 우직하게 그려낸 이 소설은 오늘을 즐기고 충실하자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복스>2009년 일본 서점직원들이 선정하는 서점대상 베스트5에 올랐고 일본 TBS ‘왕의 브런치에서 매년 말 선정하는 브런치북 대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또한 이치하라 하야토, 고라 겐코, 가시이 유 주연의 영화로 제작돼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지만 솔직히 영화는 원작의 진솔한 쾌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지루한 범작이었으니  원작만한 것은 역시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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