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953-1960 환상문학전집 30
아서 C. 클라크 지음, 고호관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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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클라크는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과 함께 과학소설의 3’로 불리는 명실상부한 과학소설의 거장으로 출중한 과학 기술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미래를 철학적인 세계관으로 접근하는 관점의 작품들을 남겼다. 그는 작가보다 오히려 미래를 족집게 같이 예언한 미레학자로 더 유명하고 현재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인터넷, 통신 위성, 우주 정거장 같은 것들 모두 작품에서 미리 예견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작두 타는 무당 정도로 오해해선 곤란하지. 아서 클라크가 위대하다고 평가받는 것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던 날카로운 통찰력에 있다고 한다. 아서 클라크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로 가장 유명하지만 평소 그의 작품들을 쉽게 접할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닌데 시대 순으로 발간된 단편 전집은 우주여행의 시작부터 최고 정점에 이른 후대까지 순서대로 즐기면 된다는 이점이 있고 우주에 대한 인간의 동경이 위트와 진한 감수성이 한데 섞여 진국을 자랑한다. 물론 단편별로 각기 다른 개성을 선보여 이해정도도 천차만별이지만 이거야말로 진정한 과학소설의 표본임은 구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야. 퐈이야!!

 

<백일몽>에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상상력이나 더 적은 상상력이 아니다. 상상력 그 자체다.”라는 멋진 명언을 작가는 남긴다. 절대 공감이다. 어디 과학소설에서만 통용되는 명언일까? 세상의 모든 대중문화가 개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튀는 것만 좆을 때 그 어떤 것도 새로운 것은 없노라는 명제는 진짜 중요한 것은 상상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든지 창작 대신 변형된 산물로 대중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도 마찬가지로 기존작에 아이디어만 더 해도 혁신은 가능하다. 그것이 발전의 원동력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뼛속 깊이 재밌는 단편은 1937년에 발표된 <유선전송>이 되겠다. 이해도 쉽거니와 유머에 대한 공감도 놀랄 만큼 일치한다. 일단의 과학자들이 수차례 실험의 장고를 거듭한 끝에 세계최초의 유선전송장치를 개발해내는데 성공한다. 이제 이 기술은 돈벌이 사업으로 이용되는데 처음에 사람을, 이후에는 하루에 수천 톤의 화물을 전송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이다. 신간 구입 시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온라인에서 결제 즉시 바로 책을 받아보게 되는 기쁨 두 배의 혁신이 될 터인데 실제로 이 기술의 개발이 시급하다, 그러면 택배아저씨는 더 이상 볼일이 없겠지. 또한 이 시스템은 여러 가지로 장점과 단점을 고루 보여주시는데 차량이동이 줄어드니 교통사고 사망자도 덩달아 줄어드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지만 사람을 전송하던 중에 택배 분실처럼 600만명 중에 한 명 꼴로 실종되는 치명적 오류도 있으니 무조건적인 맹신은 금물일 듯싶다. 때때로 회로의 저항이 높아져 전송 고중 승객의 몸무게가 빠지는 기상천외한 결과도 나와 뚱뚱한 사람들의 다이어트용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수록작들 모두 맘에 든다. 고립된 우주공간에서의 고독함부터 외계문명에서 바라보는 우매한 인간세상까지, 이 모든 것이 상상력의 극대화가 이루어낸 산물이다. 그 누가 감히 예측하겠는가? 소설 속의 상상물들이 미래에 현실로 탄생할지 말이다. 이러한 상상력이야말로 과학발전에 지대한 영감을 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기술의 폐해 또한 잊지 않고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다. 앞만 보고 달리는 문명의 발전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아량마저 품에 넉넉히 안는 아서 클라크의 현명함이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빛을 발하는 보석 같은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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