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와이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9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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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는 인간을 살아가게 한다. 뇌에서 심장으로, 폐로 전달되는 자극 역시 전기다. 전기는 인간을 죽이기도 한다. 그것은 죽음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전류는 양심도 없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인간과 달리, 전류는 영원히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다. (본문 중에서)

 

최근 미국 수도권 일대의 정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기록적인 폭염 속에 굶주리는 주민들이 속출하는 등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현대문명사회에서 전기는 우리들의 일상에서 필수불가결한 도구이자 수단이다. 대규모 정전이 한 번 발생하면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의 광범위한 손실과 피해를 겪을 수밖에 없고 때로는 안전 관리에 소홀하면 위협적인 흉기가 되기도 하는데 현대문명사회의 총아이자 탕아인 전기를 소재로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 9탄이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우리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뉴욕 시내에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는 앨곤퀸 전력회사의 제어실에 오류메세지가 연이어 뜨면서 모든 전기가 특정 변전소에 집중되기 시작하고 압력을 견디지 못한 변전소가 폭발하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 국토안보부는 이 사건을 테러로 간주하여 링컨 라임에게 사건 수사를 의뢰하고 라임과 색스는 이제껏 상대해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살인자와 대치하게 된다. 살인자의 수법은 일명 아크 플래시(Arc Flash), 즉 전기폭발에 의한 대규모 살상시도여서 형체도 없고 예측 불가능한 패턴에 고전하기 시작한다. 살인자의 계속되는 순환정전 요구에 앨곤퀸 전력회사는 수용 시 대규모 피해를 우려해 그의 테러시도를 저지하려 하지만 그때마다 살인자는 장소와 시간대를 바꿔가며 계속적인 살인을 저지른다. 이제 링컨 라임에게도 점점 살인자의 그림자가 접근하기 시작하고....

 

전기란게 그런 거 같다. 살인자나 그가 사용하는 흉기는 시각적으로 추적과 방어가 가능하지만 전기는 형체가 없어 볼 수 없다. 금속이 있는 재질과 장소라면 전류를 흘려보내 감전사를 일으킬 가능성이 다분하기에 수사팀은 극도의 주의 속에 현장탐문과 수색을 전개할 수밖에 없기에 독자들로 덩달아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이다. 살인자가 자산의 소재나 다음 목표물에 대한 단서조차 남기는 않은 용이 주도 함으로 범행동기에 대한 추측도 시시각각 수정되는 것도 당연지사!

 

게다가 라임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몇 년 전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 캐스린 댄스, 킨케이드 파커까지 드림팀이 총출동하고도 살인자를 놓쳐버린 미해결 사건이 있었는데 멕시코에 나타난 살인자의 살인청부 시도를 포착하고 다시 캐스린 댄스, 멕시코 경찰과의 공조를 통해 그를 잡기위해 필사적인 추적을 시도한다. 하지만 여우같은 살인자의 꾐수에 이번에도 번번이 놓치고 만다. 라임이 그동안 상대했던 살인자들 중 가장 영리한 자로 교묘함과 신출귀몰함을 자랑하는 최강의 범죄자를 잡기위한 라임의 집착은 본인에겐 힘들겠지만 읽는 즐거움은 배가된다. 어쩌면 곧 국내 출간될 신간에 앞서 캐스린 댄스는 사전에 국내독자들에게 곧 찾아뵙겠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는 것 같아 반갑기까지 한데 예상보다 자주 등장한다.

 

어쨌거나 전기공도 상대하기 버거운데다 또따른 살인자까지 동시에 해결하려니 정신적으로 이중 스트레스를 겪던 라임은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쇼크로 인한 충격에 생명의 위기를 종종 겪기도 하는데 이후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많은 변화를 느끼게도 한다. 자살과 재활의 갈림길에서 많은 고뇌를 하지만 결국 그의 최종선택은 한줄기 희망이었다. 향후 라임의 신체활동에 많은 변혁이 예상되는 훈훈한 결말이기도 했고.

 

난 당신이 지금과 달라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 라임, 그냥 건강하면 돼요. 내가 원하는 건 그게 다예요. 나머지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선택하면 돼요” (본문 중에서)

 

그 밖에 라임의 간병인 톰의 풀네임이 처음으로 공개되기도 한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의 풀네임은 한 번도 불린 적이 없어 많은 독자들이 그에게도 풀네임을 붙여주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뒷얘기도 예전에 본 적이 있는데 시리즈가 9편까지 오면서 톰도 색스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든든한 동반자로 이제는 라임의 투정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뿐만 아니라 그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진정성에 맘이 짠해진다. 이제는 앙숙처럼 토닥거리는 일도 줄어들어 예전같지 않은 두 사람의 관계변화에서 깨알 같은 재미가 일정부분 반감된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흐뭇함은 남는다.

 

그렇게 이래저래 계속되는 공방전 속에 이야기는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범인의 정체와 범행 동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게 되는데 최후로 맞닥뜨리게 된 범인의 실체는 예상을 벗어난지라 충격까지는 아니지만 정말 뜻밖이라는 반응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에게도 다소 당혹스러운 반전이 될 것이라 생각되는데 뿌린 대로 거둔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 아니면 묵은 변비가 해소되는 상쾌한 기분이던지...

 

그래서일까? 이번 책에서 느꼈던 아쉬움이라면 그동안 이 시리즈 최대의 강점 중 하나인 범인의 시점에서 본 범행과 동기, 심리상태 등을 이번에는 거의 확인할 길이 없어 재미가 상당부분 반감되는 점이었는데 반전을 읽고 나면 그제서야 디버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점은 범인노출을 최대 자자제해야만 깜짝 이벤트 같은 이번 반전의 효과가 제대로 먹힐 수 있었을 거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당연한 설정이었다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그리고 9편까지 나오면서 링컨 라임 시리즈의 익숙한 설정과 전개, 반전도입 등은 새로울 것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메마른 대지에 단비 내리 듯 갈증해소에는 더 이상 만족스러울 수 없었고 디버에 대한 굳건한 신뢰는 여전하다는 걸 입증하는 이번 시리즈이다. 왕의 귀환으로 쌍수들고 반기기에 손색없는 재미와 쾌감은 전기처럼 찌릿찌릿하면서. 무엇보다 앞서 말했듯이 인생관과 함께 전신마비 신체에도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는 링컨 라임은 후속작에서 지금보다 달라질 것이라 더욱 더 간절히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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