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힘 1 밀리언셀러 클럽 124
돈 윈슬로 지음, 김경숙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엘 포데르 델 페르(개의 힘)"

 

3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동안 피와 폭력으로 점철된 소설 속 마약전쟁을 읽는 동안 새삼 얼마나 많은 희생을 담보로 끊임없는 살육전이 벌어져왔는지 몸서리치게 되면서 암투의 출발에서 마무리에 이르는 여정은 마약에 관한 한 편의 역사 보고서를 만난 듯하다. 소설을 읽기 전 무엇보다 궁금했던 제목의 의미가 악은 개처럼 물고 놓아주지 않는 악력이거나 곪은 부위를 메스로 도려내도 끈질기게 되살아나는 자생력에 대한 두려움이며, 소설을 관통하는 흐름은 유토피아의 낙관론이 아닌 디스토피아라는 처절함을 대변한다는 것임을 체득케 한다.

 

그러면서 아트 켈러도 푸념했듯이 악에게 개처럼 이용당하고 가차없이 버려지는 힘없는 약자들의 구슬프고 응어러진 한을 대변하는 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악의 영원불멸이라는 불편한 진실 앞에서 그 누구도 선과 악을 명확하게 양분할 수 없으며 선은 악에 대하여 적절한 면죄부 부여를 통한 타협과 공생의 길을 걸어왔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쉽게 갈아타듯 해왔던 역사라는 진실은 마약커넥션과의 전쟁은 공허하며 필요없는 대가만 치러왔음이 절절히 와닿는다. 

 

아울러 국경의 왕 아트 켈러와 하늘의 군주 아단 바레라의, 일명 왕들의 전쟁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세상을 정화하거나 세상을 발 아래 꿇리게 될 양자선택의 기로에 서서 실리추구의 기회만 엿보는 인간군상들의 처세 또한 우리네 삶의 또다른 축소판이자 변형된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결코 가벼이 읽어 나갈  수 없었던 이 대작은 6년간 치밀한 자료조사와 수집, 고증을 통해 완성해냈다고 하니 작가의 모든 역량을 총 집대성하여 세상으로 내보냈다는 점에선 누구도 태클을 걸 불순한 시도는 못할 것이며 마땅히 찬사를 받아야 함은 추호의 여지는 없겠다.

 

그러면서도 마약에 얽힌 전쟁의 역사는 굳이 공부하고픈 생각도 여유도 없다. 단지 여타 독자들이 공감했던 소설에 대한 시각과 평가에 대해서는 나 또한 동의하는 바이다. 그것은 갈등 뿐만 아니라 로맨스까지 결들여진 장대한 폭포수 속에 흠뻑 들어가서 물줄기를 맞고 나온 듯한 강렬함과 생생한 지옥도가 펼쳐지는 압도적인 스릴러에 대한 좋은 본보기를 제시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첨언하자면 올리버 스톤 감독이 제작한 영화 <SAVAGES>를 스크린뿐만 아니라 소설로도 만날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물론 작가의 다른 작품들의 지속적인 출간도 고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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