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마
츠츠이 야스다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44페이지에 불구한 이 단편집은 무려 30편이 넘는 짧은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직접 세어보고 난 뒤에는 츠츠이 야스다카의 머리 속에 든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에 또 다시 감탄하게 된다. 실제 중학생 시절 그의 아이큐가 178이었다고 하니 필시 천재이기에 가능한 능력일 것이다. 천재의 손에서 탄생한 상상력의 향연은 시종일관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면서 사회의 부조리를 적시에 풍자하고 비틀 때마다 여지없이 매료되고 만다. 비록 <최악의 외계인>이나 <최후의 끽연자>에서 보여준 만루 홈런은 없었지만 루상에 있는 주자를 불러들이는 적시타는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도대체 그는 이렇게 다양한 소재를 다 어디서 발굴해내는 것일까? 불독 한 마리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여자 다리를 붙들고 웃지마! 진지해 지라구! 라고 훈수를 두는 표지부터 웃겨준다. 실상 반어법적 표현으로 맘껏 웃을 준비나 하라는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기도 한다. 솔직히 블랙유머다 보니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유머코드라고 볼 수 없겠지만 다행히 내겐 확실히 먹히는 스타일이다. 전개과정에서 키득거리며 웃다가도 결말에 심어놓은 사회적 메시지에 진지한 사색과 고민을 하게 만드는 방식은 그만의 개성 있는 솜씨인 것은 틀림없으며, 이 단편집에서 그래도 가장 웃기는 이야기는 남자의 임신을 다룬 <산기>이다.

 

<산기>

어느 날 오후 주인공 는 회사 내 동기인 서무과 세이타 과장으로부터 임신했다는 말을 살짝 듣는다. 반사적으로 축하해라고 하구선 그에게 부인이 없다는 게 생각나서 어찌된 거냐고 되물어보니 아뿔싸! 임신한 건 세이타 과장 본인이란다. 뭐시라 남자가 임신을??

 

자신은 충분히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이라며 조산원으로 달려가는 세이타 과장. 남은 는 그때부터 이 황당한 상황을 두고 생각에 빠진다. “상상 임신인가? 진짜라면 설마 대변처럼 엉덩이로 낳을 수는 없을 테고 제왕절개 밖에 없는데 모체 아니, 부체에 위험해회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인재라 황급히 상사에게 보고하게 되고 사내에 소문이 쫘악 퍼진다.

 

검사 결과는 임신 2개월

세이타 과장은 여직원에게 출산특집을 실은 여성지를 서점에서 사다달라고 부탁하자 여직원은 얼굴이 폭발할 듯 뻘개져서 히스테릭한 웃음이 폭발하게 되는데 거의 죽음 수준에 도달! 크크크크

 

임신 3개월 째 접어들면서 내면에 모성본능이 눈 뜨게 되고 심한 입덧에 예민해져 여직원들에게 마구 화를 낸다. 싸구려 향수 뿌리고 옆으로 오지 말아줘. 속이 메슥거려. 이봐! 라면은 저쪽으로 가서 먹어! 으악 자네의 암내는 대단하군. 오지 마, 돌아서 저쪽으로 가.

 

이 와중에 임원들은 뱃속의 아기만 예뻐해서, 옆에 오면 어금니를 악다물고 개처럼 으르렁대는 그에게 육아휴가가 아닌 출산휴가(?)를 부여하고자 한다. 세이타 과장의 엽기적인 행동은 앞으로도 쭉쭉~~ , 눈물이 쏙 빠져버리네 ㅎㅎㅎ

 

이렇게 아직까지 임신은 여자의 몫처럼 간주되는 현실에서 남자의 임신이라는 발상의 전환은 상상 이상으로 흥미진진하다. 남자의 임신은 여자들을 더 이해하게 되고 임신과 출산이라는 일련의 과정들이 얼마나 위대하고 경건한 체험인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그래, 누가 삶이 따분하고 지겹게 느껴진다면서 재미있는 소설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츠츠이 야스타카의 단편집들을 자동반사적으로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만큼 유쾌하고 재미있다. 그렇다면 츠츠이 야스다카의 열광적인 추종자들을 일컫는 츠츠이스트에 나도 합류한 것은 당연지사! 강력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주제의식이 주관적인 상상력에 의해 블랙 유머로 재탄생되는 부산물들은 여전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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