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강 - 판타스틱 픽션 BLACK 14-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4
마이클 코리타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집을 뒤흔들고 빛을 파괴해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질때까지

  당신을 잠식할 폭풍 같은 소설."

   - 마이클 코넬리 -

 

신성 마이클 코리타의 책을 데뷔작인 <오늘 밤 안녕을>에 이어 <숨은 강>으로 연달아 읽어내려 갔습니다. 이 책은 2010년 아마존 올해의 미스터리로 선정된 스릴러입니다. <오늘 밤 안녕을>으로 인상적인 신고식을 치렀던 그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척도이자,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멋진 작품입니다.

 

한때 헐리웃에서 촉망받는 영화 촬영감독이었던 에릭 쇼는 12년전 불미스런 일로 영화계를 떠난 뒤, 아내와는 이혼 수속 중이며, 장인과도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현재는 죽은 이를 헌사하는 내용의 장례식 추모 비디오 작업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에릭은 어느 날 장례식장에서 한 여인으로부터 시아버지 캠벨 브래드포드의 과거를 전기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고, 거액의 착수금과 아주 오래된 "플루토 생수" 한 병을 같이 건네받습니다. 이에 응한 에릭은 캠벨의 고향에 도착하여 호텔 "웨스트바덴" 에 여장을 풀고 조사에 착수하지만 캠벨의 모호한 정체와 더불어 우연히 "플루토 생수"를 마신 뒤부터는 이해할 수 없는 두통과 과거의 일들이 환각으로 재현되기 시작합니다.

 

모든 문제의 발단은 이 "플루토 생수"를 마신 이후부터 시작되는데요. 지하세계의 신인 "하데스"의 로마식 발음인 "플루토"는 과거 캠벨이 만병통치약으로 광고해서 떼돈을 벌게 한 히트상품이었는데, 고온에서도 용기가 냉기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맛도 처음엔 유황맛이었다가 점차 달콤한 꿀맛도 나는 이상한 생수이지요. 문제는 생수를 마시고 보게 되는 환각들입니다. 갑자기 철도 위로 기차가 지나가질 않나, 중산모를 쓴 남자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옆에선 또 다른 누군가가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 환각과 환청이 겹쳐 나타나는데, 신비하면서도 괴이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고통스러운 느낌이 피부 속을 뚫고 들어오는 것처럼 생생합니다.

이제 생수는 금단현상을 불러와 마시지 않으면 두통과 고통이 한층 더 강화되고 에릭은 계속해서 과거의 특정사건들을 관찰자로서 보게 됩니다. 제목에서 말하는 숨은 강, 즉 인디애나 계곡의 지하온천수로 만든 "플루토 생수"에는 과거 이 지역을 지배했던 악의 화신과 그의 죄악에 얽힌 미스터리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마침내 생수를 마시지 않아도 환각이 현실로 나타나는 대목은 실로 섬뜩하기 그지없더군요.

 

그렇게 조금씩 고개를 쳐들던 악은 산 자의 정체성을 지배하려 하고 이 지역은 때마침 불어 닥친 거대한 토네이드의 영향권 아래에 들어가면서 과거와 현재, 선과 악이 일대 충돌하는 대 혼돈의 세계로 몰고 가게 됩니다. 이 순간 정말 장대하면서도 아찔한 아름다움과 쾌감을 선사하는데 정말 굉장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직접적인 공포 대신 에릭이 겪는 광기의 체험을 통해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무색케하는 상상력은 독보적입니다. 세상의 빛과 소음들이 잠식되어 저 멀리 사라지면서 소름 돋는 희열이 느껴질 때 머리 속을 타고 춤을 추는 그 스타일리시함이란!

 

그런데 이 책의 배경인 웨스트바덴 스프링스와 프렌치리크, 그리고 생수관련 역사는 모두 사실이라고 하네요.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역사적 사실을 초현실적 소재로 탈바꿈시킨 코리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천부적인 재능에 다시 탄복하게되는 슈퍼내추럴 스릴러! 2012년에 출간된 스릴러 중 <스노우맨>에 필적할만한 스토리텔링과 몰입도, 그리고 파괴력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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