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안녕을 - 판타스틱 픽션 BLACK 14-1 탐정 링컨 페리 시리즈 1
마이클 코리타 지음, 김하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작년 하반기부터 마이클 코리타는 스릴러계의 떠오르는 신성으로 기대를 모으며 마지막 히든카드 정도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사립탐정 링컨 페리 시리즈는 초자연 스릴러로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악몽 같은 이야기를 선보이지 않을까라고 예상했지만 실체는 하드보일드 계열이더군요. 게다가 표지는 당초 확정되리라 예상했던 시안과도 어긋나버렸습니다. 강렬한 눈빛을 마구 쏘아주시는 이 표지가 처음에는 제목이 주는 밤이라는 분위기와는 좀 거리가 멀다 생각했지만 막상 받아보니 괜찮습니다. 그리고 줄거리는 다들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폭력과 음주운전으로 징계 받아 직위 해제된 전직 마약수사반 경찰 출신 링컨 페리와 대대로 경찰가문에서 경찰직을 수행하다 퇴직한 조 프리처드,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클리블랜드에다 공동명의로 사립탐정 사무소를 차리게 됩니다. 이런 두 사람에게 아들이 권총자살하고 며느리와 어린 손녀가 실종된 사건을 조사해 달라는 의뢰가 한 노인으로부터 접수됩니다. 어쩔 수 없이 수임을 승낙한 이들은 죽은 남자의 집을 찾아 딸네 방을 뒤지다가 오늘 밤 우리는 작별을 했다라는 아이의 글을 발견하고선 모녀가 살아있음을 직감하게 되면서 사건은 자살 대신 타살에 초점을 맞춰 조사가 새로운 각도로 진행됩니다.

 

21살 이전에 썼다는 이 소설을 내놓고 스티븐 킹, 리 차일드, 마이클 코넬리, 데니스 루헤인 등 이름만 들어도 찌릿하게 만드는 거장들로부터 격찬을 받았을 때 코리타는 몸둘 바 몰라 하며 황송해 하였을지 아니면 더욱 자신감을 얻고 다음 작품을 구상하였을지는 알 수 없겠지요. 하지만 미국에서 음주 가능한 법정연령에도 도달하지 않은 새파란 나이에 이 정도 퀄리티의 글발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은 진정 칭찬할 만합니다. 더군다나 얼마 전에 읽은 북유럽 스릴러가 같은 데뷔작으로서 운영의 미숙함을 그대로 노출시킨 데 반해 이 앳띤 청년의 소설에선 장래 대가로 성장할 수 있는 싹수가 마구 마구 엿보이는 것 같더군요.

 

무겁지도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도 않은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는 좀처럼 만남이 힘든 사립탐정 콤비물이기도 합니다. 링컨 페리가 젋은 혈기와 치기로 끌고 나가면 파트너인 조 프리처드는 상당한 나이 간극을 노련한 연륜으로 커버하면서 뒤에서 밀어주는 절묘한 앙상블을 발휘합니다. 꼭 영화 <리쎌 웨폰> 시리즈의 멜 깁슨과 대니 글로버 같은 콤비가 연상됩니다. 그것은 한 사람이 서브를 넣으면 상대방이 라켓으로 공을 네트너머로 받아 넘기는 핑퐁게임처럼 합이 척척 잘 맞는 구수한 만담에서도 잘 확인되지요. 물론 사건 수사진행 측면에서도 당연하구요. 이런 게 사립탐정 콤비물이 주는 즐거움이 아니겠습니까?

 

또한 모녀를 찾아간 링컨 페리가 호텔을 급습한 마피아 조직원과 벌이는 총격전은 배경만 현대를 빌렸을 뿐 느와르 무비 같은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살려내는 데 일조하며, 여타 하드보일드 장르가 그러하듯 음모와 배신, 비정함이 사건의 내막과 조우하면서 비교적 잘 짜여진 구성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에 밝혀진 죽음의 진실 앞에서는 합리화될 수 있는 명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와 이에 대한 최종선택과 판단은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미스터리한 여지를 남기기도 합니다. 첨 읽었을 때에는 공감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생각이, 다시 곰곰이 들여다보면 세상에는 법과 원칙만으론 제시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차선책이 존재한다는 또 다른 관점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엇 하나 흠잡을 수 없는 데뷔작이라고는 하지는 않겠습니다. 기존의 관습과 룰을 답습하는 안전운행도 따르고 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 법, 이만하면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면서 어깰 두드리며 격려하고픈 심정이죠. 먼저 출발했던 선배작가들이 뒤에 가서도 이 만큼의 완성도는커녕 답보상태로 실망만 안겨주는 사례가 적잖다는 걸 감안한다면, 훈훈한 스타일과 이야기에 대한 장악력, 매력적인 캐릭터 구성까지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인상적인 데뷔작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다시 <숨은 강>으로 2라운드 돌입!!

 

   오늘 밤 안녕을

      Tonight  I Said Goodby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