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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싱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8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2월
평점 :
10년 전에 현지에서 출간되었던 해리 보슈 시리즈 18권을 지금에라도 읽을 수 있게 된 사실이 여전히 감개무량하다. 수많은 우여곡절과 부침을 겪으면서도 꼿꼿하게 정의와 진실 사이에서 곡예하던 보슈가 부득이 정직 처분을 받아 경찰 조직에서 은퇴하는 모습을 보니 많이 쓸쓸했고, 늙어가는 한 남자의 인생 앞에서 나도 멀지 않았음에 자조 섞인 푸념과 한탄을 하게 만든다.
그러고 보니 딸 매디의 장래직업이 어떻게 되었더라는 결과를 알고 거슬러 올라가니 그때는 그때대로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통과의례처럼 감당해야만 했던 딸내미 키우기 고난서사 때문에 측은하고 안쓰럽더라는.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렸던 보슈가 뉴스를 장식하는 대형 사건들에 귀 막은 채 그동안 묵혀 두었던 오토바이 재정비 프로젝트 시도가 한낱 취미생활이라고 하기엔 뭔가 어울리지 않는 여유와 한가로움이 아니었을지.
아니나 다를까, 그런 소확행을 즐기려던 차에 장애물이 떡 하니 등장했으니 이복동생이자 변호사인 미키 할러가 한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로 구속 수감 중인 다콴 포스터의 무죄를 밝히는 일에 동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보슈는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지금까지 법의 수호자로 나서 나쁜 놈들 처단하던 경찰이 변호사와 손을 잡고 그런 자의 구명활동을 펼친다는 게 신념 그리고 가치관과 상충 하는 일이었으니까.
게다가 누가 봐도 다콴의 범행이 명백했으니 판이 뒤집힐 확률이 없어보였다.아울러, 이 같은 처신은 전 직장 동료들에겐 배신행위로 간주될 정도라 보슈의 고심은 깊어 가는데 이번에도 이상한 촉이 끝내 발동했나 보다. 어쩌면 전혀 상관없을 것 같던 서두에서 이미 패를 보여주고 시작하는 거라서 보슈와 할러의 협업이 어떤 접근 방식으로 문제의 본질이나 핵심을 명확히 하여, 그 해결의 최종 결론이나 결과로 삼을 것인지 그 과정들의 몰입감이 상당했다.
전 동료들부터 끊임없는 비난과 욕이 박히더라도 내 갈 길은 간다는 모토하에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스릴러의 설정인 어둠의 근원은 멀리 있지 않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는 관점만이 진실로 인도하리라. 그래서 언제까지 이 남자를 곁에 두고 스릴을 만끽하게 될지는 모르나 나도 건강하고 싶고, 해리 보슈도 건강해야 하고, 작가님도 무병장수하여 오래오래 더 만나고 싶은 시리즈임을 또 다시 확인하였다. 아직 꺼지지 않은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를, 해리 중에서 으뜸 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