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로켓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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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4부작 이후 오랫동안 국내출간 되기를 기다렸던 또 하나의 메가히트작 <두리 로켓> 4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가 드디어 공개되었다. 워낙 믿고 읽는 최애작가인 이케이도 준의 소설이라 가독성은 의심할 바가 못 된다. 그냥 책을 펼쳐드는 순간, 논스톱으로 끝장 보게 만드는 건 변함없었다. 비록 처참한 실패담으로 시작되지만 길고 고된 싸움이 끝나면 밝은 미래가 찾아오는 소설을 좋아한다는 작가의 취향대로 마지막엔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될 거야란 기대감이 더욱 책에 몰두하게 만들었으니까.

 

 

우주로켓 연구자 쓰쿠다 고헤이는 발사시험에 부푼 꿈을 안고 참여했으나 뜻밖에도 엔진 결함으로 실패로 끝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카운트다운이 물거품이 된 이후 쓰쿠다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변두리 중소기업인 쓰쿠다제작소 사장에 취임해 경영해나간다. 현실에서는 연구자 대신 경영자라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걸치고 있지만 언젠가는 실패를 만회해 손수 개발한 엔진으로 로켓을 쏘아 올리고 싶다는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당시 로켓 발사시험 실패에 대한 대가는 그뿐만이 아니었으니 아내와의 이혼, 자신이 양육하기로 했으나 사춘기에 들어선 딸 리나와의 서먹한 관계까지는 울적한 가정사. 더불어 주 거래처 중 한 곳에서 일방적인 부품 납품 공급계약 해지 통보로 회사 수익이 타격을 입게 된 것으로도 모자라 별안간 대기업인 나카시마중공업에서 자신들의 밸브시스템을 도용했다며 손해배상 청구까지 걸어오게 된다. 여기서 패소하여 거액의 배상금까지 물어준다면 회사는 회생불능에 빠지게 될 텐데.

 

 

전전긍긍하는 쓰쿠다에게 광명의 빛줄기가 하늘에서 내려왔으니 나카시마중공업의 고문변호사 출신의 가미야 변호사를 전처가 소개해 준 것이다. 여기서부터 치열한 법정공방전이 후반까지 이어지리라 예상했는데 이 소설의 진짜 이슈는 이게 아니었던 거다. 상세한 전개는 건너뛴 채, 가미야 변호사의 활약으로 극적으로 승소하게 된 쓰쿠다제작소는 거액의 배상금까지 받게 되었고 더 나아가 또 다른 호재까지 찾아온다


 

또 다른 대기업인 데이코쿠중공업이 발원지다. 데이코쿠중공업 우주항공본부에서는 우주로켓 발사를 위하여 자체적인 연구를 통해 핵심부품인 밸브시스템 개발에 뒤늦게 성공하였으나 이미 쓰쿠다제작소에서 특허출원을 출원한 것이었다. 도노 사장은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하여 스타더스트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말겠다는 야망을 천명했기에 이 사실이 보고된다면 격노할 게 뻔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책임자인 자이젠도노무라는 거액의 사용료를 지불할 테니 밸브시스템을 자신들이 쓰게 해달라는 제안을 하였는데 오히려 쓰쿠다쓰쿠다제작소에서 직접 밸브를 제작하여 공급하게 해달라며 역제안을 하는 게 아닌가.

 

 

여기서부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격렬한 괴리감이 생겨난다. 얼마 전까지 심각한 자금난으로 휘청거리다 간신히 재기에 성공했고 여기에 데이코쿠중공업유혹은 너무나 달콤해서 도저히 뿌리치기 힘든 게 아니겠는가. 그러니 대다수의 직원들이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게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사장님 혼자만의 꿈을 실현한답시고 200명의 직원들을 희생시키지 마라, 저번에 삭감한 상여금이나 지급해달라는 직원들의 직설적인 화법이 대담하다고 느꼈다. 오너가 까라면 까야지라는 권위주의적 사풍이 아닌 무척이나 건설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체계일 수도 있는데 사실 쓰쿠다가 은근히 물정 잘 모르데다 인간적인 면모가 한 몫 하기는 한다.


 

까짓것 변두리 중소기업 주제에, 라고 대놓고 깔보던 데이코쿠중공업은 당황해서 쓰쿠다제작소를 으르고 구슬리며 별짓을 다하는 동안에 별개로 쓰쿠다제작소에서는 내부갈등을 어떻게든 봉합하려던 공통된 이유가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덩치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에겐 눈앞의 작은 수익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줄 독자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만이 잡아먹히지 않고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일 것이다. 바로 그런 점을 생각했던 쓰쿠다 사장의 혜안을 등에 업고 똘똘 뭉쳐 데이코쿠중공업에 대항하는 쓰쿠다제작소 직원들을 무한 응원해버렸다.

 

 

그러면서 꿈이 없는 사람에겐 1층만 있어도 만족이겠지만 꿈은 2층을 필요로 한다는 책속의 문구처럼 난 매일같이 고개를 숙이고 땅에 떨어진 동전 줍기만을 했다는 자책을 순간 했나 보다. 고개를 들어 저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볼 엄두마저 못 내는 나같이 범용한 인간에게 이 소설은 충분히 자극이 되더니 마지막엔 걷잡을 수 없는 폭풍 감동을 몰고 오더라는. 이것이야말로 공학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즐거움이자감성인자 촉촉한 올인원 에센스 소설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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