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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배틀 ㅣ 케이스릴러
주영하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배틀>은 바벨탑을 쌓아 올리고자 한 여인들의 욕망이 몸부림치는 소설이었다. 원래 사람들은 등 따시고 배부르면 모순되게도 욕구불만에 빠져 잡생각이 많아지게 마련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 부촌에서는 이렇게도 사는 모양이다. 소설 속에서는 물주 같은 배우자와 결혼해서 큰집에, 외제차, 명품 백에 고가의 장신구들로 주렁주렁 달며 사는 그녀들이 더 이상 경제적으로 아쉬울 게 없어서 엉뚱하게도 SNS에 나 이 정도로 행복하게 살아요 라는 과시욕 넘치는 배틀을 하는 것이었다.
자상한 남편과 토끼 같은 자식들 자랑에 보이지 않는 침 튀기던 그녀들은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남들이 부러워 시샘하기를, 그러면 그럴수록 자존감 드높아지나 보다. 그러다가 남의 불행이 싹트면 역설적으로 난 차라리 행복한 거야가 되는 추악한 경쟁인 것이다. 소설 속 부촌녀들은 그렇게 경쟁자의 등에 비수를 꽂기에 주저하지 않았고 마침내 희생자가 나와 버린다. 그렇다고 죽은 유진이 뭐가 그리 불쌍하단 말인가. 마치 선의의 희생자라도 되는 마냥 포장해버리는 시선이 어이없을 뿐.
오히려 17년 전 유진이야말로 진정한 희생양이 아니던가. 기성세대의 억압과 통제에 반발하던 치기가 엉겁결에 거짓말을 낳았고 그 화살은 악의 고리가 되어 의도하지 않았던 불똥이 튀게 만들었으니 죄책감에 시달리던 미호가 뒤늦게나마 진실을 밝혀내고자한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떵 묻은 멍뭉이가 겨 묻은 멍뭉이 나무란다고 정의의 사도인양 폭주하는 후반부는 불편하다.
반전 아닌 반전 같은 시도도 어색했고 결국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 권선징악과는 거리가 먼, 말로만 미안해가 다 무슨 청승인지. 누구하나 정 줄 곳 없는 캐릭터만 난무하구나. 여전히 아쉬운 케이스릴러의 방향성이 발목을 잡는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