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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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문명이 극도로 발전하면 인류는 어디까지 행복해 질수가 있을까? 국가가 출생부터 성장, 노후, 자유의지까지 설계하고 통제하는 미래의 세계가 펼쳐지는 멋진 신세계”. 이미 이 소설의 내용 중 일부는 현재에 이르러 유사하게 현실화 되고 있어 마냥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넘겨 버려서는 안 될 것 같다. 이미 인류는 다섯 계급으로 분류되어 있고 공장 제품처럼 대량 생산된 후, 아기들은 반복되는 세뇌와 학습에 의하여 정해진 운명에 순응하는 인간으로 길러진다.

 

 

현대에 이르러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를 감안하면 멀지 않은 미래엔, 아니면 지금에도 가족이란 공동체의 의미가 희석되고 부정당하는 걸 거부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국가가 팔 걷어붙이고 나선다면 이런 식으로 인위적인 출생관리가 가능하겠다. 결혼도 출산도 기피한다면 말이다. 섹스는 철저히 쾌락의 산물이 된다는 미래소설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으니. 뜬금없는 설정은 아닌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계급이 미리 정해져있다면 보다 나은 성장과 발전을 위한 노력할 의미도 없어질 테고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사멸될 테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명확하게 구분된다면 얼마나 어이없고 분노할 일인지. 이 소설엔 그런 점에 있어서 의문과 분노, 저항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도록 앱실론 계급의 아기들의 뇌에 산소를 적게 공급하는 따위의 무섭고 섬뜩한 방식으로 조작하다가 성인이 되어선 소마(SOMA) 같은 약물에 의존, 중독되게 만들기도 한다. 마치 대마초가 합법화 된 미국의 일부 주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모두가 정신적으로 행복한 국가.

 

 

책은 불온하며 늙지도 않고 이 남자, 저 여자 닥치는 대로 만나고 사귀어도 흠이 안 되는 사회, 그래서 소설의 후반부에서 야만인과 지배자 간의 대화는 한쪽의 우월하고 철저한 논리 앞에 압승이 정해져있다는 귀결이다. 얼핏 지루할 수도 있는 대목인데 의외로 집중하게 만든 순간이었고 나조차 솔깃하게 만들 정도이니 아무도 체제에 환멸을 느끼지 않게 되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는가? 내가 만약 소설 속 야만인이었다면 초반에 저항하겠지만 결국 백기투항하고 점차 동화되지 않을까란 상상을 해보았다.

처음엔 비판이라는 결론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독서는 현실에 만족한 채, 대안을 기피하려는 나약함을 갖춘 나에겐 말 그대로 멋진 신세계였기에. 나도 1등급으로 살게만 해준다면야. 개성이나 존엄성보단 쾌락이 때때로 더 절실할 때가 많다.​ 위선과 가식을 내세우기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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