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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가 ㅣ 불야성 시리즈 3
하세 세이슈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장한가”를 읽고 난 후의 소감은 이럴 줄은 몰랐네와 원했던 결말이 반반이기도 했다. 우선 “진혼가” 이후 가부키초를 떠나 요코하마로 피신했던 양웨이민의 도피생활이 예상 밖으로 길지 않았기 때문이다. 꽁꽁 숨어 있는 양웨이민을 추적하는 류젠이가 대단원의 혈투를 벌일 것으로 보았으나 허무하게도 초반 발각, 영감이 사살 당하다니. 전작인 “진혼가”는 류젠이의 복수를 위한 설계이자 안배나 다름없었으니 양웨이민이 죽고 나면 더 할 얘기가 없을 텐데 무슨 할 말이 또 남은 걸까?
15년 전 중국에서 잔류고아 2세로 신분을 위조해 일본에 왔던 타케 모토히로는 직장에서 잘리고 가부키초에서 마약단속반 야지마의 비밀정보원이자 중국 류망 조직원으로 철저히 위장된 삶을 살아가는 남자이다. 이용당하는 신세를 저주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모순, 그러던 어느 날, 조직의 보스가 일본 야쿠자 조직 토메이카이와 만나는 자리에서 괴한들로부터 총격을 받아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때부터 토메이카이, 야지마 양측에게서 사건의 범인을 밝혀내라는 지령을 받고 중간에서 살아남기 위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게 된다.
이 와중에 만나게 된 두 사람이 타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만드는데 고향의 어린 시절 여친인 샤오원과 가부키초의 정보상 류젠이가 바로 그들이다. 성공해서 데려오겠노라고 약속해놓고도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 샤오원에 대한 죄책감이 커져버린 타케가 자신과 닮았다며 이용하려드는 류젠이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것도 당연하다. 사건의 배후를 캐고 들어갈수록 의혹과 죽어나가는 희생자들은 비례하는데.... 아무래도 류젠이를 의심할 수밖에 없지만 대관절 무슨 까닭으로 이러는 걸까? 무슨 득을 보겠다고.
마침내 밝혀진 진실, 역시나 류젠이는 류젠이였다. 어디로 도망가도 그의 마수는 끝없이 뻗쳐오고 악귀가 따로 없을 정도였으니 류젠이가 바란 대가는 타케가 감내하기 불가능한 범위였다. 결국 “불야성”, “진혼가”, “장한가”로 이어지는 3부작은 욕망을 좇는 남자들의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는 먹이사슬이었으며, 이 남자들을 마지막까지 뛰게 하는 원동력엔 사랑하는 여인들이 있다는 설정이 내내 동어 반복된 셈이다. 그래서 슬슬 지겨웠다. 야한 내용도 없고 말야.
무척 결말이 궁금하긴 했으나, 애초 구상대로 1편으로 끝냈다면 희대의 명작으로 기억되었을 테니 여러모로 아쉬운 피날레였다. 하다 못해 중간생략하고 2편으로 끝냈어도 좋았겠지. 그렇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웬만한 시리즈물보단 상대적으로 우월하다. 류젠이는 영원히 내 가슴에 묻고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