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어찌하건 간에 전설이든 괴담이든 쫄보인 내겐 호러라는 장르는 눈을 감고서라도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 감히 정면으로 직시할 형편이 안 된다. 그런데 찬호께이가 들고 온 신작 염소가 웃는 순간은 뜻밖에도 호러 미스터리라고 했다. 대학 캠퍼스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의아했어도 찬호께이라면 믿을 수 있기에 선택이 가능했고 결론은 완벽하진 않아도 꽤 재미난 롤러코스터를 타고 난 뒤 같다는 것이다.

 

 

홍콩 문화대학 신입생 아화는 등교 첫 날, 우연히 실수로 넘어지면서 여학생 칼리의 몸에 손을 대었다가 그녀의 친구인 야묘에게 변태라는 오해와 분노를 사는 바람에 식은땀을 흘리기도 하지만 친구인 버스와 위키 그리고 다른 여학생을 만나 괴담을 나누면서 금세 친해진다. 오래된 기숙사라면 의례히 전해져 내려오는 괴담이 이곳 노퍽관도 예외가 아니었던지라 소위 말하는 ‘7대 불가사의가 중간 중간 소개되는데 일부 이야기는 제법 소름끼쳤다.

 

 

기숙사 노퍽관에 배정받고 조용히 넘어갔다면 처음부터 시작될 건덕지가 아니겠지만 100여 년 전 악마 소환술이 열렸다는 기숙사 지하실에서 겁도 없이 초혼게임을 했다가 한 명씩 괴담대로 실종된다. 초혼게임 자체가 불경스러워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조마조마 했는데 연달아 벌어지는 괴이한 현상들은 초현실적인데다 머리 풀어 헤친 여인네까지 등장하니 한 밤중에 이불 둘러쓰고 읽던 나는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게다가 꽤 잔인한 장면들이 나온다.

 

 

처음엔 9명이었던 혼성 9인조가 점점 줄어드는 과정들이 몰입도를 높여주기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저주에서 벗어날지 결말에 가까워지면서 궁금했다. 이대로 몰살당하는 걸로 마침표를 찍을 리 없으니까 반격해서 우선 남은 자가 살아남고 나머지 사람들도 되돌려 놔야만 한다. 내내 호러로 밀어붙이다가 이 현상에 종지부 찍게 만들 추리는 공식이 좀 난해한 면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결국은 왜 이런 일이 누구 때문에 벌어졌는가 하는 사태규명에 접하게 되면 역시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된다.

 


또한 마법진에 그려진 염소가 웃고 있는 한국판 표지는 제목에 충실하면서 이 소설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 듯 하여 마음에 들었다. 혹자는 정통 미스터리가 아니라며 불만을 제기할지도 모르겠으나 작가가 이러한 스타일로도 글을 쓸 수 있다는 다재다능함을 뽐내지 않았나 하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싶기도 하다. 때마침 이 소설을 거의 다 읽어갈 즈음 TV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밀크티를 마시는 장면이 나오길래 순간 나도 혹해 흑당을 즐기러 매장을 찾았다. 그래, “염소가 웃는 순간은 흑당 맛에 비유할 수 있겠어. 물컹물컹~~ 달달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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