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난 그동안 최초로 만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람했던 <호숫가 살인사건>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히로스에 로쿄 주연의 영화 <비밀>이 먼저였는데 어쨌거나 둘 다 당시에는 히가시노 게이고란 이름을 전혀 모를 때였던 거다. 독서엔 관심 없지만 한참 막 빗장을 연 일본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했던 시기라 나중에야 이 작가의 유명세를 체감하게 되었고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화가 많이 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유명 사립학교 입학을 목표로 호숫가 별장에 모여 합숙 과외를 위해 네 가족과 한 명의 학원 강사가 이 소설에 등장한다. 합숙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렸을 때 나도 과외를 꽤 많이 받았던 적이 있어서 뭔지 모르게 익숙함 내지 공감하는 마음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해본다. 결혼은 부부의 사랑만으로 완주하는 마라톤이 아니라 자식이라는 매개체가 있어야 중도포기 하지 않고 골인지점까지 내달리게 되는 시합이라고. 그래서 부모들은 자식을 어떻게든 인생에서 성공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위해서는 입시를 통과해서 명문대에 꼭 보내야말겠다는 욕망에 관해선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미키는 이런 모임이 달갑지가 않다. 꼭 이렇게까지 해서 애들을 가르쳐야 하는 걸까? 납득이 가질 않았다. 아내를 비롯해서 다른 학부모들은 그런 나미키를 오히려 이해하지 못한다. 현실에 발을 내딛지 않은 얼빠진 이상주의자라고 못마땅해 하니까. 평소 같으면 아내에게 아이를 맡기고 불참했을 터인데 체념하는 마음으로 불쑥 별장에 나타나서 아내가 놀랐을 정도이다. 그러나 산다는 게 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변수란 녀석이 불쑥 들이밀기 마련. 나미키의 내연녀가 나타나서 아내랑 옥신각신하다 살인해버렸으니.

 

 

그런데 께름칙했다. 다른 학부모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오히려 동조해서 살인을 은폐하려해서 말이다. 그렇게까지 도와 줄 필요가 없는데... 호숫가에 시체를 유기하는 이들. 결말에서 그래야했는지 알게 되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나미키의 심경 변화는 나라도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숨겨진 진실에는 암묵적 동의가 필요하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어디까지 감내할 것인가? <스카이 캐슬>의 일본 추리소설 버전인 듯한 느낌적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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