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구라치 준 지음, 김윤수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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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이라니 제목이 확 깬다. 말랑말랑한 두부가 머리보다 더 단단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흉기가 된단 말인가? 저절로 책에 손이 갈 수밖에 없다. 먼저 “ABC 살인애거서 크리스티의 동명소설과 일단 살인방식이 같았다. A로 시작되는 지역에서 A로 시작되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해당하고 계속해서 알파벳순으로 차례로 살인이 벌어진다는 그것 말이다. 그 소설처럼 A-A, B-B 식의 살인이 발생하자 평소 살인이 하고 싶었던 주인공은 오호라, 역이용하겠다고 계획 세웠더니 뜻밖에도 이상한 방향으로 목 죄어 온다.

 

 

이럴라꼬 그랬던 게 아닌데, 의외성에 사람이 죽어나가는데도 웃음이 나오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사내연애가 가장 사랑스럽다. 회사 인사관리를 인공지능이 맡아하는 시대. 객관적이고 공정성 있는 인사를 위한답시고 담당토록 했는데 아, 글쎄.... 버그도 이런 버그가 ^^ 인공지능의 괴상한 편애를 받으며 온갖 시덥잖은 공작에 불편해잔 어느 사원의 비애는 이럴 거면 차라리 사람이 관리하는 게 더 낫다고. 인공지능하고의 궁합이 출세를 좌우한대서 크게 웃었다. 최고다. 최고!!!

 

 

피와 케이크의 살인은 또 어떤가? 살해된 아가씨의 머리맡엔 맛있는 케익 3종이 놓여 있고 입속엔 파가 깊숙이 박혀있는 기괴한 현장을 두고 경찰은 범인의 의도를 두고 고민하다가 어디까지나 가설이란 게 등장. 그럴 수도 있겠다. 애증을 동시에 드러내려 했을 범인의 이상심리, 집착, 광기 등에 놀라게 된다. 누가 범인이냐 보다는 그 마음 씀씀이가 그렇게까지 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등장하는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은 최근 군국주의로의 회귀를 꿈꾸는 일본 아베정권에 대한 우스꽝스런 조롱 같이 느껴진달까, 태평양 전쟁 말기 패색이 짙던 일본군이 미국에 반격을 가하기 위해 어느 연구소에서 비밀실험을 준비하던 상황에서 발생한 밀실살인 이야기이다. 합리적 이성과 판단을 상실한 군국주의가 미쳐 돌아가면 이런 말도 안 되는 망상에 빠져 오판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자학적 메시지가 들어 있는 미스터리다.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지나가는 녹색 바람에서 처음 만났던 괴짜 선배 네코마루가 목격자도 없이 사라진 범인에 대한 기이한 추리로 해결하는데 좀 길고 지루한 면이 없잖아 있다. 마지막 그 단편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취향저격이었다. 부조리한 상황, 부조리한 트릭과 복선, 하지만 이상하게 납득 가는 이야기라 했다. 확실히 유머가 지배한다. 여기에 추리가 가미되면 색다른 맛의 파스타가 되니까 일단 즐기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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