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고바야시 히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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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예상한대로 흘러갈 것 같은 분위기가 처음엔 감지된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참 마음이 쓸쓸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읽은 이라면 다들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느꼈다고들 하니까. 첫 페이지부터 등장인물의 이름은 영어 이니셜이라 그 스타일에 익숙해지기까지 이질감을 감내해야하기도 하다. 일단 이 소설은 사람들이 선뜻 드나들지 않을 것 같은, 폐허가 된 교외의 한 연립주택에서 칼에 심장을 찔려 사망한 남자가 발견된 것으로 시작된다.

 

 

,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칼에 찔리던 순간에 저항한 흔적이 없었던 것 같다. 분명히 고통스러웠을 텐데 오히려 체념? 아니다. 아싸리 너무나도 편안하고 행복해 보인다는 얼굴은 마치 고대했던 순간이 와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정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새삼 궁금해지는 가운데 피해자의 신원을 밝혀줄 유일한 단서가 현장에서 발견되는데 Q&A라는 제목이 붙은 노트였다.

 

 

살인자와 피해자가 세상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라는 뜬금없는 선문답으로 시작하는 이 노트의 내용을 읽고 진상을 밝히려는 감식관 G와 형사 K. 어찌 보면 본격적인 추격전을 기대하지 말라는 듯이 노트 속에 담긴 사연은 기구하고도 절절했으니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성당에서 자란 소년 Q는 그곳에서조차 안식을 얻지 못했다. 신부님으로부터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울지 않았던 Q는 정상적인 가정에 입양되고 난 뒤에도 쉬이 적응하지 못한다.

 

 

정식교육을 받은 적 없는 Q가 학교를 다니게 되고 유일한 미술부원으로 만난 &에게서 세상의 잔혹함을 더욱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신은 잔혹하다. 신이 창조한 잔혹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인간이 잔혹한 것이야말로 당연하다고 믿는 두 소년이 맞이했던 비극의 순간들은 슬프고 안타깝다. 한 번 태어난 인생이라면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아도 부족할진대 그럴 기회가 원천 차단된 청춘들에게 바치는 애가가 아니겠는가? 비록 되돌릴 수 없는 인생이지만 미스터리 소설이 이토록 철학적이라니. 당신을 몸져눕게 만들 궁극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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