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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독배 -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이노우에 마기 지음, 이연승 옮김 / 스핑크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예상 밖으로 후속작이 빨리 국내 출간되었다. 전작인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랐다>는 파란머리 탐정 우에오로 조에게 내가 반하도록 만들었으니까, 게다가 그는 미남이라서 여난은 피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부럽다. 세상에 존재하는 불가사의한 일들, 기적이든 초자연 현상이든 어떤 이름으로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들을 진짜 기적으로 증명해내는 무척이나 독특한 캐릭터인데 무한대의 가설들을 부정하는 소거법을 쓰다 보면 남는 게 기적이다, 라는 이 탐정의 논리는 처음엔 정신 나간 소리처럼 들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신의 논리를 반박하는 자들과 이전에 멋진 배틀을 벌였었고 그 대결방식이 너무나 좋았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협죽도라는 꽃이 등장한다. 아름다운 꽃이지만 치사량의 맹독을 품고 있는. 결국은 독살이다. 처음부터 그 점을 암시하기 시작한다. 어느 시골마을에 전통 결혼식이 열리게 되는데 지역TV에서 방송될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 풍습이 독특하다. 옛날 옛적에 원치 않게 강제결혼을 하게 된 가즈미란 처녀가 양가의 남자들을 독살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데 이후 신부가 신랑의 집으로 행차하는 행렬에서는은 도중에 신부 아버지가 석고대죄를 하면 구경꾼들이 온갖 야유와 비난을 쏟아 부어야 시집가서도 잘 살게 될 거 라는 요상한 문화다.
사실은 그랬다. 가즈미님처럼 자신도 정략결혼 해야 할 운명에 처한 신부는 모든 게 원망스럽다. 그런데 그 마음의 발현일까, 양가 식구들이 모여 신랑집에서 전통 결혼식 행사를 하다 같은 잔으로 술을 돌려 마셨는데 마신 사람들 중에서 일부가 죽는다.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의 운명이 엇갈린 이 괴이한 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행사 중에 난입하였던 알콜중독 개도 피해견이라니 웃지 못 할 일이로다. 징검다리식 살인을 어떻게 입증해낼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전편처럼 우에오로 조의 애제자 야스호시, 중국 흑사회 간부인 푸린, 그녀의 동료 리시가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보려 하지만 마지막엔 언제나 우에오로 조가 등장해야 그때까지의 논리가 일순에 뒤집어진다. 멀미나도록 가설을 부정하고 다른 가설로 상대가 들고 나오면 다시 부정하다 보면 점점 인간의 악의가 아니라 신이 개입한 기적이 진짜 입증되는 것 같아 귀를 쫑긋하게 되는 것 같다. 결국 우에오로 조의 가설이 판정승 하면서 마무리 되나 싶더니 반전이 있었어.
이번의 추리는 전편보다 어느 정도 이해하고 따라갈 만한 수준으로 진화된 듯 하여 더 만족했다. 더불어 여자들이 남자들에 대하여 갖는 입장 또는 감정 등은 어쩜 그리 널뛰기가 심한 건지 소설과 일상 양측에서 관찰하면서 늘 괴상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애증의 간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