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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ㅣ 스토리콜렉터 74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7월
평점 :
“나는 카산드라와 몰리의 살인자를 몇 번이고 다시 잡으려 하고 있어.
이 일은 절대 끝나지 않을 거야. 세상에는 늘 살인자들이 있을 테니까.
그러니 이게 내 세상이다. 내 세상에 온 걸 환영한다.”
“그래서, 데커, 당신은 이제 휴가를 즐기고 있나요?”
재미슨이 데커에게 한 이 말은, 너란 남자의 머릿속엔 온통 살인사건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 살인사건을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데커에겐 피 냄새는 본능적 후각이자 이끌리는 이성 같은 존재가 아닐까? 분명히 데커는 동료요원인 재미슨을 따라 그녀의 언니 집에 휴가차 놀러온 게 틀림없는데 왜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소리 터져 나오던 그 순간에 뒷집에서 이상하고도 위험한 일이 벌어졌단 낌새를 느꼈단 말인가. 그 동물적 감각은 그 집에 들어가 보자 현실이 된다.
두 명의 남자가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재미슨 언니네 집에 도착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목 매달린 남자와 지하실에서 경찰제복 입은 채 발견된 또 다른 남자. 이들에게 특별한 외상없이도 바닥은 피로 흥건하다. 게다가 주변에 목격자가 없다. 재미슨은 쉬러 왔는데 데커가 살인사건 조사한다고 미쳐 날뛰니 한숨만 나올 지경이다. 이 뚱보남아 제발.... 현장에 출동한 현지 경찰관들은 데커의 수사개입을 달가워하지 않고, 이 도시 배런빌은 저주받은 도시임을 데커는 알았다.
한때는 석탄업과 제련업으로 번창했던 배런빌은 도시의 산업을 쥐락펴락 했던 배런 1세의 이름을 딴 도시로 배런 가문이 공장 문을 닫은 후로 실업자 증가와 경제쇠락으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것이다. 이게 다 배런 가문 탓이라고 생각한 시민들은 배런 가문을 증오하고 그 후손은 몰락한 집에서 고립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더 이상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이 암울한 도시엔 마약중독자들이 넘쳐나고 있었으며, 데커가 발견한 시신 이전에 연관성이 의심되는 4건의 살인사건이 이미 발생했었다.
아, 물론 연관성이란 게 어디까지나 데커의 촉에서 비롯된 것이다. 데커가 맹렬히 사건의 내막을 캐고 들어갈수록 그를 경계하는 적들의 위협이 촉발되면서 데커와 재미슨은 죽을 고비를 가까스로 넘기게 되자 데커의 야수본능은 더욱 거칠게 뚫고 나아간다. 그 와중에 예상치 못한희생이 추가로 발생하는데... 데커에겐 피아식별이 불 분명한 가운데 결국 드러난 진실은 많은 변수와 다양한 악의들이 복잡한 실타래처럼 엉켜 있었다.
아무도 해결 못한 이 미스터리를 깔끔하게 정리해줘서 속이 다 시원하다. 마구 마구 어질러진 집안 구석을 때 빼고 광내서 청소 싹 다한 출장 가사도우미를 만난 기분이랄까, 개자식들을 싹 도려냈으니 이 저주받은 도시가 광명의 빛으로 환하게 빛나리란 희망 섞인 전망을 발견하게 되어 좋았다. 다만 데커에게 일어난 신체상의 변화는 앞으로 그의 미래에 어떤 변수로 작용하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이 시리즈를 즐기는데 있어서 터닝 포인트가 될지도 모르겠다. 과연 괴물 뚱보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우유 빛깔 데커로 남을 것인가. 순전히 그의 뇌에 달려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