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2 - 복수는 버티는 자의 것이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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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은 드라마로 치자면 후반부에 해당된다. 1권을 읽은 이라면 한자와 나오키가 어떻게 해서 도쿄중앙은행 도쿄 본부 영업 2부 차장으로 승진했는지 잘 알 것이다. 한자와는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실 채권으로 분류될 위기에 처해 있는 이세시마호텔을 담당하게 되는데, 전적으로 나카노와리 은행장이 담당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1권에 이어 이번에도 잘못하면 또 채권관리를 방만해서 은행에 손실을 가져왔다는 혹독한 비난과 책임을 감수해야 할 처지기에 내키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이세시마 호텔을 재건하려 한다. 어떡해서라도 분류되는 걸 저지하려고 필사적이다.

 

 

그런데 암초가 발생했으니, 그것은 바로 금융청 감사가 들이닥친 것이다. 은행들에는 악명 높은 구로사키 슌이치 감사관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세시마 호텔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려 혈안이 되면서 수감자인 한자와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대단한 위기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도쿄중앙은행은 거액의 충당금을 채워 넣어야 하고 이것은 은행에 감당하기 힘든 경영상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때는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지도 모른다. 은행장 경질부터 한자와의 인사처분까지.

 

 

그런데 이상하다. 한자와가 감사수감에 불리한 자료를 모처에 숨긴 것도 발설되지 않나, 사사건건 이세시마 호텔 재건을 방해하려는 음모세력이 한자와를 힘들게 한다. 그러나 우리의 한자와는 그리 만만치 않다. 어떠한 회유와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머리 쳐들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구로사키 슌이치와 은행 상사들에게 반항하며 맞서다가 이세시마 호텔 대출과 관련하여 흑막을 밝혀내는데.....

 

 

이번 편의 화두는 은행 간의 합병으로 탄생된 메가뱅크 내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파벌싸움이다. 은행장은 이것을 우려해 조직의 화합을 강조하지만 노골적인 불협화음은 외부에서 내부를 갉아먹는데 정략적으로 이용하다 밥그릇 빼앗기에 혈안이 될 뿐이다. 한자와는 그런 조직의 부패와 무능을 참을 수 없어 내부 고발이라는 용자가 됨으로서 사이다 같은 결말을 안겨준다. 그러나 이러한 무모함을 모두가 지지할 수는 없는 법. 결국 드라마처럼 반발을 당할 수밖에. 그 과정들이 내내 줄타기 곡예를 지켜보는 심정이겠다.

 

 

그래서 은행이라는 조직에서의 정치는 첩보스릴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피 한 방울 나지 않고 누구 하나 죽는 사람이 없는데도 이 정도 경지라니 작가의 필력에 경탄을 금치 못하겠다는. 그리고 조직을 떠나 그 조직에 속한 개개인의 처신을 지켜보는 것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분명 부당한 지시라고 판단되지만 상사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이 이행하는 을,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여 사적이득을 취하는 갑. 눈앞의 부정과 비리를 질끈 눈감는다면 보장된 미래라는 독버섯.

 

 

어찌되었건 이들 모두에게 공통점이라면 가장이라는 무거운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다. 비록 과오가 있어도 차마 가족들에게까지 불똥이 떨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 잠시만 비겁해진다면 아이의 학원비를 대줄 수 있음에 갈팡질팡 하는 마음. 처음부터 모두가 악한이 아니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해야 했던 직장인들의 눈물겹고 짠한 자화상 앞에 나약해 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내가 이 시리즈에 백배 공감 하고 절대 지지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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