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아레나
후카미 레이이치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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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호불호가 쏟아진다고 했다. 그럼 내겐 어떨까? 진심 궁금했다. 그래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어느 별장에 미스터리 연구회 회원들이 일단 모였을 때, 오호 여기서 TV 추리 쇼 미스터리 아레나방송이 촬영되는 건가? 라고 성급한 결론을 내렸더니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액자소설식 구성이었던 것. 일단은 다리가 폭우에 침수되어 외부로부터의 출입이 차단된 미스터리가 먹음직스럽게 차려졌으니 출연자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1등 상금을 독식하려고 혈안이 된다.

 

 

그렇게 방송을 위해 동원된 별장 살인사건의 진상을 둘러싸고 출연자들이 저마다의 가설을 쏟아낼 때 과연 덕후들은 다르구나 라는 감탄을 하게 만든다. 아무 생각 없이 들었던 지문들 하나하나에 그런 깊고 오묘한 의미가 숨어 있다니... 정답인가 싶으면 사회자는 교묘하게 예스와 노우를 피해서 가설을 제시한 각 출연자들을 차례차례 방으로 모실 뿐이다. 정말 고수들의 머리에서는 끊임없이 남다른 발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구나 싶다. 들을 때 마다 다들 그럴 싸.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성별 오인 트릭을 비롯해서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추리용어들이 나열되는데 아무래도 그건 상관없는 듯 하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제자리 뛰기 같이 겉돌기만 하는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어떤 정답이 맞을까란 기대감을 무색케 할 그 어떤 함정 같은 게,독자에 따라 갈라지는 호불호가 여기서 기인하는구나 싶다. 꼭 나도 맞추겠다는 결연한 의지는 온데 간데 없고 내가 즐긴 것은 결국 유머였다.

 

 

꼭 진지해야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그냥 별장 살인사건만 다루었다면 난 즉시 흥미를 잃어버렸을 것만 같다. 음흉한 변태 사회자와 지 잘났다고 뽐내는 출연자들의 허세와 우쭐, 그리고 마지막의 쏠쏠한 반전까지 내내 키득거리며 즐길 수 있어 좋았다. 특히 가로수란 이름을 두고 벌어진 논쟁... 진심 빵 터졌다. 누울 자리를 보고 뻗으라고 처음부터 순순히 진실에 당도할 마음도 의지도 없이 흉악했던 이 추리 쇼가 정겹다. 웃기면 장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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