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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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가와 병원 내과에서 근무한지 곧 10년이 된다는 의사 루미코는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의외로 평판이 야박하다. 무뚝뚝하고 귀염성이 없으며 환자의 마음에 둔감한 의사로 낙인찍혀 컴플레인이 잦다고 한다. 본인은 천성이 이러니 어쩌랴 싶지만 시한부 환자에게 편안히 가실 수 있다는 식의 말투는 환자와 그 가족에겐 펄쩍 뛸 소리고 당사자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며 억울해 하는 게 계속 기억에 남아 웃겼다. 적어도 제3자의 입장에서는 뒤에서 쑥덕쑥덕 호박씨 까기 딱 좋은 먹잇감.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버려진 청진기를 주워다 사용하게 되는데, 뜻밖에도 그 청진기는 환자의 가슴에 대면 그 사람의 절박한 속마음이 들릴 뿐만 환자가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체험까지 제공할 수 있는 기능마저 있는 신비한 물건이었다. 환자들은 처음엔 무슨 최면술 같은 건 줄 알고 신기해 하다가 그 체험을 경험하게 되면 비로소 자신이 일생에서 가장 후회로 남았던 그 시절을 되돌아봄으로써 만약이란 가정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었다.

 

 

만약 내가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은 얼마나 바뀌게 되었을까, 그렇다고 해서 미리 건강검진을 받아 질병을 예방 한다 같은 의료적 기능은 불가능하니 어차피 앞당겨진 죽음은 피할 도리가 없다. 이미 예정된 주사위는 던져졌으니까. 다만 살아있었던 기간만큼이라도 인생의 오점을 깔끔히 지워내고 싶을 뿐이다. 그중에서 유명 여배우의 딸로 태어나 엄마의 미모를 물려받아 자신도 연예계 스타가 되고 싶었으나 정작 부족한 외모에다 엄마가 반대해 꿈을 접어야 했던 딸.

 

 

그래서 엄마에 대한 섭섭함과 원망이 강했던 딸이 과거로 돌아가 엄마가 결사반대해야 했던 진짜 이유를 알게 된 이야기가 가장 와 닿는다. 겉으로는 화려해보이나 그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음을 알기에 자식에게만은 절대 자신과 같은 길을 따라하지 않게 하려는 그 깊은 속정이 진정한 모정이 아니었나 싶다. 누구나 죽음을 눈앞에 두면 두려움과 동시에 남은 후회와 미련도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게 되는데 정작 비워낸다면 그제서야 마음에 안식과 평온이 찾아왔을 테니 이처럼 가볍고 즐겁지 아니할까. 독자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동행이어서 좋았던 소설이었다.

 

 

다만 작가가 의도한 바인지 알 수는 없으나 고유의 피해의식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의사, 회사원 같은 직업군에 대한 부적절한 해석과 욕망에 충실한 그녀들이 마치 고기불판 갈 듯 하는 갈아타려는 인간관계까지... 과도해서 읽는 내내 모래알 씹는 것처럼 입안이 까끌했다. 누구에겐 연대감 누구에겐 혐오감... 읽는 이의 정체성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여지가 다분해서 차라리 주인공이 이와시미즈였다면 어땠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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