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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하우스홀드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유럽을 떠돌며 사냥하던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우연히 어느 독재자의 공관을 지나다가 불현듯이 과연 그 독재자를 자신이 암살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하여 망원조준경으로 암살 시도를 하다 직전에 발각되어 모진 고문을 당한다. 이 소설에서 독재자의 이름은 끝내 공개되지 않지만 폴란드 국경을 넘었다는 상황만으로도 독자들은 그가 독일제국의 총통 아돌프 히틀러임을 짐작할 수 있다.
고귀한 존엄에 위해를 가하려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죽은 목숨이지만 그들은 남자가 낭떠러지에서 추락사한 것으로 위장하려 했다. 그러나 남자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고 독일군의 추적을 피해 모국인 영국으로 무사히 탈출에 성공했다. 이것으로 한숨 돌린 건가 싶었는데 독일군은 사냥꾼이 죽음을 위장했음을 간파하고 그를 추적하러 사냥개들을 보낸다. 그들은 가공할 만한 밀사요, 숨 막히는 추적극이 벌어지게 되는데....
그렇게 런던에서 벌어지는 추적자들의 집요함을 따돌리려는 사냥꾼의 기지와 작전은 그동안 추적극에서 많이 보았던 클래식한 방법이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살인에 이젠 모국의 경찰까지 뒤쫓기 시작하고 정말 위협적인 존재는 퀴브-스미스 소령이란 프로페셔널한 킬러다, 소령의 강력한 수색을 피해 땅굴까지 파고 들어가 장기전에 들어가게 되지만 소령은 여우굴에 불을 지펴 여우를 꾀어내려는 지략의 달인인지라 두 사람의 두뇌싸움은 가히 불꽃이 튀더란.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땐 출간정보가 전무했던지라 최근작인줄 알았는데 이미 추적스릴러의 고전반열에 이른 유명한 작품이란다. 그래서 쫓고 쫓기는 일련의 과정들이 디지털적이지 않은, 아날로그적 기술을 접목한 개고생의 절정이다. 말이 땅굴이지. 거동이 힘들 정도의 개구멍에 분뇨, 진흙탕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비좁고 더러운 환경 속에서 수십 일간 수십일 동안 숨어 지내야 했으니 마치 요 네스뵈의 <헤드 헌트>에서 주인공이 똥통 속에 숨던 장면이 생각날 정도다.
또한 1976년에 피터 오닐 주연의 영화로 한차례 개봉된 적 있는데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작, 주연으로 리메이크 된다고 해서 화제를 모으는 중인데 컴버배치의 개고생담이 상당히 잘빠져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감과 더불어 사냥개 퀴브-스미스 소령 역에 크리스토프 왈츠가 적임이겠다는 그림이 벌써 그려진다. 그래서 사냥하고, 또 그로부터 사냥당하는 듯한, 압도적 서스펜스를 느끼고 싶다면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니 기대하셔도 좋다. 책도 영화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