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24
김유철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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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하게도 최근 콜센터 상담원을 소재로 한 한국 소설들을 연달아 읽게 되었는데 김유철 작가의 소설도 이미 <레드>라는 작품으로 만난 적이 있는데다 콜센터에 파견나간 마이스터고 여학생의 자살 사건을 뉴스로 접한 기억까지 덩달아 떠오르면서 기시감이란 무시할 게 아니구라는 생각을 내내 하였다. 실화의 힘, 진정성은 늘 섬뜩하다는 생각도 더불어.

 

 

이번에도 작가의 애향심인지 눈 내리는 부산의 어느 겨울날을 배경으로 한다, 한 여고생의 시신이 회동수원지 위로 떠오르고 전날 함께 술을 마시고 취한 그녀와 인근 모텔에서 동침했던 학교 선배 재석이 죽은 후배 해나를 성폭행하여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구속된다. 정황상 증거 등을 감안하면 빼박이 될 지경이 되자 김 변호사가 이 사건을 맡아 재석을 변호하게 된다.

 

 

처음부터 맡을 의도는 아니었지만 인권변호사이자 대학후배인 조변호사가 암수술을 하게 되는 바람에 위임 요청을 받았던 것. 그런데 검찰 측에서는 일개 치정사건 정도로 비치는 이 사건에 집요한 관심을 갖고 무리를 해서라고 재석에게 유죄선고가 내리도록 서두르는 듯해 김변은 이상함을 느낀다.

 

 

그래서 학교를 중심으로 지인들을 만나 조사에 들어가는데 해나가 현장실습을 나갔던 콜센터 해지방어팀의 과도한 업무량과 실적강요,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 열악한 처우에 그녀가 끔찍하게 고통을 겪어왔음을 알게 된다. 사실 얼마 전 읽었던 <콜센터>에서도 이러한 비정한 근무상황들이 숨통을 조여 왔었는데 그 소설의 5인방들은 본인이 스스로 선택해서 버티다 안되면 관두면 되지만 이 소설의 마이스터고 현장실습생들은 그마저 최소한의 자유의지가 없었다는 사실이 더욱 답답하였다.

 

 

너무나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데 그걸 막는 학교와 아직 솜털도 보송보송한 햇병아리들을 성인들도 감내하기 힘든 부서로 발령 내 그들에게 열정 페이만을 강요하며 피를 빨아먹으려는 대기업의 횡포는 분노유발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조변의 비유대로 이 나라는 의자 뺏기 놀이를 통해서 소수의 갑이 다수의 을이 갖고 있는 절박함을 악용하여 사회 시스템의 노예로 길들이면서 배를 채우는 악어와 같은 형국이 아니겠는가.

 

  

 

 

세상은 많이 개선되었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병들고 부패해서 코를 막고 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악취가 나고, 못 볼꼴을 봐야 하고, 믿기지 않는 소식을 들어야하는 구덩이다. 현재의 불합리함이 미래에도 계속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면 누가 이들을 보호해줄까? 그렇게 생각할 여지는 남겼다만 법정에서의 논쟁은 기대만큼 치밀하거나 열띤 공방전이라기엔 다소 헐거웠다는 점이 사회파 추리소설로서의 무게감에 아쉬움으로 남았다. 좀 더 숙고를 요한다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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