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여가 1
명효계 지음, 손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이승에 열화(烈火)가 있다면 저승에는 암하(暗河)가 있다.”

 

무림 최고 문파로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지존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열화산장이 있다. 열화산장의 장주 열명경의 외동딸 열여가는 산장의 수제자이면서 차기장주가 유력한 전풍과 어려서부터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어느 날부터 전풍이 갑자기 그녀에게 차갑게 대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영원히 지켜주겠노라 맹세했던 남자의 돌변에 이유를 알 수 없어 속 태우던 여가는 최고의 기루인 품화루에서 시녀로 입사하면서 기녀들로부터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법을 전수 받고자 한다.

 

 

그때 품화루 미인 랭킹 1위를 달리던 절대 미인 은설(남자에게 미인이라고 하다니 읽으면서 기분이 묘했다.)이 나타나서 다짜고짜 여가를 지목하고선 첫눈에 반했다면서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들이민다. , 뭐래, 됐거든. 난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구. 더 이상 배울 게 없음에 환멸을 느껴 산장으로 돌아가자 거기까지 졸래졸래 따라오는 이 절대 미인을 어떡해.

 

 

우선 열여가, 이 낭자는 성격이 발랄하고 정 많은 만큼 여리기도 해서 사랑했던 전풍이 모멸 차게 자신을 대하는 것에 받은 상처가 크다. 자세한 속사정은 파악하지 못했지만 전풍이 왜 그리 여가에게 못되게 구는지 대략적인 짐작은 했다. 그녀에게 피해가 갈까 싶어 사랑하는 여자에게 살갑게 대해주지 못하고 일부러 돌변해버린 게 안타깝더라는, 그냥 우리 서로 사랑해주세요가 안되니 말이다. 그렇다고 실연에 깨진 뚝배기 마냥 납작하게 엎드리고 있을 여가가 아니지. 용수철처럼 씩씩하게 반등하는 모습이 그녀답지.

 

 

전풍을 마음에서 깡그리 정리하고 나서 여가의 큐피트 화살을 다시 맞게 될 행운의 주인공은 사형인 옥자한이다. 나중에 그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되지만 그러면 뭐하누. 귀가 안 들리고 다리까지 못 쓰는 신체상 불편함만 아니었다면 벌써 그가 정혼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늘 여가 옆에서 온화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지켜주었던 그였기에 전풍이 떠난 그 자리를 훌륭히 메꿀 수 있을 거라 기대한 독자가 은근 많은 듯하다.

 

 

그러나 나의 팬심은 오로지 절대미인 은설에게만 향한다. 옥자한 사형에 대한 마음이 연민에서 사랑으로 변한 여가 옆에서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면서(칭얼대는 것 같기도) 여가가 힘들 때 마다 큰 힘을 빌려주던 은설에게 친근감과 함께 응원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솟더란 말이지. 게다가 드라마랑 원작소설이랑 주인공들의 성격이 판이하단 것도 살짝 알게 되었는데 드라마에서 여가는 우유부단해서 좀 답답하다던데 여기서는 털털, 은설은 여기선 능글능글, 드라마에서는 감성적이라더군.

 

 

솔직히 절대 지존인 열하산장과 라이벌 관계인 암하궁의 세력다툼과 음모가 무협소설이란 무늬를 덮어쓰고 있기는 하나 정통무협소설에 비견하기엔 파괴력이랄까, 지분이 미약한 게 사실이라 그 점에 대해서는 큰 흥미를 느끼기는 힘들다. 대신에 전풍이 변심한 진짜 이유를 2권에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일말의 기대감과 함께 이 소설은 판타지 로맨스로 정의 내려야 한다. 가장 감정이입하게 만들며 응원해주고 싶은 은설의 일방적인 짝사랑은 마음이 다른 데 가 있는 여가의 무심함으로 인하여 내내 쓸쓸하다 끝내는 슬프다.

 

 

그러고 보니 옥자한이랑 여가랑도 잘 되었으면 싶기도 한데... 그러자면 가엾은 은설은 어쩌라구. 흑흑. 진짜 이대로 끝나는 거냐고. 안 돼, 은설아아아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