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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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작년 5월 광주를 방문했을 때 도선우 작가님으로부터 권여선 작가에 대한 인상이랄까 평판을 전해 들었을 게다. <안녕 주정뱅이>를 읽다보면 술 생각이 간절해진다는 입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실제 이야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만나보니 진짜로 술 좋아하고 엄청 잘 마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로서는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비주류라 그랬을 듯.

 

 

막상 이 소설을 다 읽고 말미의 해설 편을 읽게 되면 그 해설의 난해함에 거의 환장해 버릴 지경이 된다. 이건 뭐 술 마시고 취하는 게 아니라 글에 질식당하다 어지럽고 빙빙 돌게 되는데 다행히 일곱 편의 단편 중 네 편 정도는 뭔가 훅 치고 들어오더라는. 맞은 것처럼 가슴이 얼얼하군.

 

 

먼저 봄밤은 요양원에 같이 입원 중인 수환, 영경 부부에 관한 이야기이다. 수환은 친구와철공소를 운영하다가 홀라당 말아먹고, 도망 간 친구의 책임전가로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제대로 치료를 못 받아 관절염만 키웠다. 그러다 친구 결혼식 뒤풀이에서 술고래인 영미를 만나 취한 그녀를 업어서 집에 데려다 준 일을 계기로 둘은 결혼에 이른다. 그러나 병고와 생활고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아서 나중에 모든 걸 정리한 후 요양원에 둘이 들어간 것이다.

 

 

수환의 증세는 점차 심해졌으나 그와 별개로 영경의 알콜중독도 심해져서 남편만 병실에 둔 채, 외박을 끊어 금지된 음주를 하러 나갔다가 돌아오곤 한다. 그 뒤로 어떤 일이 벌어졌던가? 온전하지 못한 정신으로 사랑하는 이를 마지막까지 지켜보려 애쓰다 그 줄이 끊어지면 비로소 촛불의 심지에 더 이상 불이 타오르지 않게 된다. 누구나 그녀의 무정함에 욕하다가도 술이 아니었다면 버텨내지 못했을 거란 안타까움, 동정과 연민이 한데 뒤섞여 쓸쓸했다.

 

 

카메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2년 전 관주와 문정은 잠시 사귄 적이 있었는데 관주로부터 연락이 없으면서 자연스레 이별했던 연인사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관주의 누나인 관희를 우연히 만나서 지하철을 타고 가다 관희가 술 한 잔 하자고 제안을 한다. 문정은 차마 거절 못하고 그렇게 술을 함께 마시다가 좀 혀가 꼬인 듯한 그녀에게 묻어두었던 관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더니 카메라 이야기가 대뜸 나온다. 그러고 보니 카메라를 배우고 싶다고 그에게 말했던 적 있었는데 그때 자신에게 가르쳐주겠다고 했었지

 

 

! 카메라에 얽인 사연에는 인력으로 어찌 막을 방도가 없는 불가사의한 불행이 있었다. 몰랐던, 그래서 둘은 이별할 수밖에 없었구나. 수환과 영경 부부처럼 관주와 문정 또한 불행이극단적으로 그리고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면 누구나 그랬듯이 산산조각이 나버리는 관계이자, 삶이된다. 그래도 아직 남아 있는 이여, 어떡하든 묵묵하게 견뎌내며 살아남으라, 술기운을 빌린 취중진담에 가슴 먹먹함이 남는다. 그래서 주()류 문학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타당한 표현이다.

 

 

그래도 어느 대목이더라, 커피 잔에 소주를 부어 마셨던가?? 그렇게까지는 도저히 못하겠다. 다만 어제는 술을 조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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