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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과 다리의 가격 - 지성호 ㅣ 이 사람 시리즈
장강명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7월
평점 :
"저 같은 사람도 그 시절을 버티고 살아남았다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아시아에서 “이 사람 시리즈” 두 번째로 북한 꽃제비 출신의 탈북자 지성호에 관한 논픽션 <팔과 다리의 가격>을 출간하였다. 사실 이런 제목을 단 시리즈를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첫번 째 작품은 한현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인물 논픽션이었더니 앞으로도 이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일 예정인가 보다. 그런 점에서 <팔과 다리의 가격>의 작가가 장강명이란 사실은 선택의 이유로서 충분하다.
그렇다면 장강명 작가가 앞서 가상의 통일 한반도를 배경으로 쓴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읽은 적이 있는 터라 이번에도 북한을 소재로 썼다는 점에 주목한다. 일회성이 아니었구나. 그렇다면 무엇이 다를까? 주인공 지성호는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의 학포 탄광이 있는 마을에서 1982년에 태어나 흔히 ‘고난의 행군’ 이라고 불리는 90년대 중반을 혹독하게 거쳤던 청년이다. 그의 수기 원고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이쯤 되면 소설 <고발>처럼 북한 독재 정권의 잔혹한 폭정 속에서 신음하는 주민들을 그려서 체제 고발과 인권유린을 비판하는 내용이 아닐까 짐작하기 쉽다. 때문에 장강명 작가는 단호히 그런 의도가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책임 소재를 묻고 비난의 대상을 성토하기 보다는 고난의 행군 시절에 집중하면서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먹는 문제가 해결 안 되어 굶게 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굶주린 사람들에게서 존엄성은 어디까지 바닥칠 수 있는지 보여주려 한다.
그래서 북한의 식량배급에 차질이 생겨 비정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던 1993년부터 그곳 학포 탄광 마을사람들에게도 예외 없이 참극이 시작된다. 청년 두 명이 집단농장의 콩을 훔친 죄로 공개총살을 당하는데 머리가 터지면서 피와 뇌 조각이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태어나 처음 구경했던 소년 지성호를 비롯한 아이들은 넋이 나간 상태였다.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굶주린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서 이를 잡아먹거나 자신이 눈 똥을 끓여 먹고도 아사한 지경이 되었으며, 달리는 석탄열차에 올라타 석탄을 훔쳐 뛰어내리다 바퀴에 한쪽 손과 다리가 잘려나간 소년이 마취제 없이 절단 수술을 받으며 고통에 울부짖는 장면에서 차라리 눈을 질끈 감고 싶었다. 너무 참혹해서 읽어내려 가기가 힘들어서.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는 결국 눈물이 흘러내렸다. 과자와 사탕이 먹고 싶다는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하여 엄마와 어린 여동생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잡석을 팔겠다는 다니는데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그 후에 소년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후일담처럼 전해지는 이야기에서 그 무엇도 살겠다는 생존본능과 자유의지를 막을 수가 없음을 알 수 있었다.
한 팔과 한 다리만으로 끝내 버텨냈던 불굴의 정신력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면서 한 사람의 인생역정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굶주리다 끝내 죽어야했던 이들의 고통과 슬픔이 결코 헛되게 잊혀 지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나은 세상을 갈망하는 한 얼어붙은 그 땅에 봄은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