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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을 파는 가게 - 아시베 다쿠 연작소설
아시베 다쿠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머리 위로 전철이 덜컹거리며 고가 선로를 달리고 있을 때, 역에서 몇 분 거리에 위치한 헌책방이 있다. 그냥 지나쳐도 될 법 한데 어찌된 영문이지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것 마냥 사람들은 꼭 헌 책을 1권씩 구입하고 나온다. 그래놓고 한결같이 “또 샀네(또 저질렀네)”라고 후회하고 마는데 이들에게 기묘한 일이 일어나리란 전조 같다. 물론 일시적인 기분일지도 모른다. 신간과는 달리 남들이 발견 못한 광맥을 캐냈거나 또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발견한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고 했으니까.
그리하여 책을 구입한 6명의 사람들이 겪는 일들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비현실인지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점차 오싹해진다. 어떤 이는 ‘제국 수도 뇌병원 입원 안내’라는 헌책을 산 걸로도 모자라 책 속의 배경인 그 병원을 직접 미니어처로 재현하는 솜씨를 발휘했다가 미니어처에서 살인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또 어떤 이는 '기어 오는 그림자'라는 옛 탐정 소설을 구입하고서 소식이 끊긴 작가를 찾아 나선 후, 집필 중에 무엇인가 형체를 알 수 없는 그 어떤 존재가 뒤에서 기어오는 기분에 사로잡힌다거나,
어떤 이는 소년 만화 잡지 '월간 소년 보석'에 실린 'X탐정국' 이 어중간하게 끝난 것에 집착하다가 주인공이 사라진 진짜 이유를 알게 된 순간, 마주친 어둠과 직면하게 된다. 어떤 이는 헌책방에 어느 책의 전편만을 우선 구매했다가 그 뒷 이야기가 궁금하여 후편이 경매되는 장소에 나갔더니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등 하나같이 헌책에 얽힌 가치를 찾아 헤매다가 공통된 운명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헌책을 구입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 또 이 수상한 헌책방의 정체는 무엇인지...마침내 실체는 이러이러하다고 털어놓은 마지막 단편 ‘기담을 파는 가게’에서는 어떤 것에 너무 깊이 빠져들게 되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만약 헤어날 수 없는 생생한 개미지옥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에 빠져들라. 모골이 송연하다고 생각되면 문득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자. 안 그러면 당신도 당하리라. 책 속에 갇혀 몸이 갈가리 찢긴 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