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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장의 살인 ㅣ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7월
평점 :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시인장의 살인>을 읽었다.
2018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18 본격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제18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
27회 아유카와 데쓰야상 수상!
그밖에도 더 있으나 이 정도만 해도 상복은 제대로 터졌다.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대학 미스터리 애호회의 히무라 유즈루와 아케치 교스케는 영화 연구회의 여름 합숙에 같이 참여해달라는 겐자키 히루코의 꾐(?)에 빠져 동행하게 된다. 사실 이 합숙은 영화 연구회의 영상 촬영목적은 미끼였고 남녀 짝을 맞춰 산장 미팅을 하기 위한 자리였던 것이다.
다만 작년 합숙에서는 참여자 중에서 자살자가 나오는 등 불행한 사건이 있어서 좀 흉흉한 소문이 돌던 중이었던 데다 올해의 희생양은 누구냐는 협박장까지 날아들어 대체로 참여를 꺼릴만한 조건이 걸림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합숙 장소인 자담장을 주선한 나나미야를 비롯하여 관리인 간노씨에 참여자인 남녀 학생까지 14명이 모여들었는데 갑자기 좀비 떼가 습격한다.
그래서 좀비 떼들의 공격을 피해 긴급히 자담장 내부로 피신한 이들 중에서 살인 희생자가 발생한다는 게 대략적인 줄거리다. 오랜만에 만나는 밀실살인 소설인데 자담장의 평면도를 보고 있자니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를 연상케 하면서 밀실을 가능케 한 변수가 악천후로 고립된 외딴 섬 같은 게 아니라 바로 좀비로 인한 고립이라는 점이 가장 특징이다.
참 재미난 환경 설정이다. 좀비는 밖에서 문을 두드리지, 완벽하게 폐쇄된 내부에서 살인이 발생하지. 밀실임을 감안하면 좀비가 들어올 수가 없기에 사람이 범인인가 싶다가도 처참히 물어뜯긴 희생자의 상태는 도저히 사람의 행태가 아니라서 범인에겐 살인방식을 은폐하기 좋은 환경이 제공된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소설의 가장 큰 재미는 사람과 좀비 중 누가 살인마냐는 점을 추리하는 것일 테고 2가지가 복합된 트릭은 독창적이기 보다는 혼용했다는 점에 더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살인에 얽힌 트릭 자체에 큰 점수를 줄 정도는 아니란 생각이다. 마땅히 사람이 범인이어야 할 타이밍에 좀비라는 변수가 개입하여 혼란을 준다는 것에만 의의를.
또한 범인이 누구냐는 점도 쉽게 예상 가능했다. 촉이 좋아서 라기 보다는 이런 상황에서는 평소 가장 두드러지지 않는 인물, 당연히 말수가 적어야 한다. 그가 범인인 확률이 높으니까.
살인 동기란 것도 좀 그렇다. 너무 일찍 눈치 채도록 만들었다. 한 치의 오차도 벗어나지 않는 예상 가능한 범위 안. 오히려 진정한 트릭은 따로 있더라는.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이 의외로 일찍 퇴장한다. 혹시나 마지막에라도 깜짝 등장할까 싶었는데 그대로 바이 바이였던 것. 보통 등장인물 소개란에서 소설에서의 비중이나 향방 같은 걸 나름 예상하기도 하는데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결국 히무라는 완벽한 주인공이 될 자질을 타고 나질 못했던 것일까. 아케치의 조수에서 히루코의 조수로 양수양도 될 대상에 불과한 것인지. 기왕 이리 될 거라면 능글능글 하지 못한 히무라의 성격을 탓할 수밖에 없다. 조수가 되어 준다면 무릎베개라도 내어줄 수 있단 히루코의 제안에 교제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어야지. 나 같았으면 분명 그랬을 테다. 미인이라는데.